|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세 차례 부동산 대책(6·27, 9·7, 10·15)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다음 단계로 서울 도심 내 실질적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도심에 공급 여력 충분…용산·상암 등 유휴부지 활용해야”
도시계획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3일 본지와 만나 10·15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수요를 통제하려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거대한 분양 시장을 조속히 여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택 공급을 늘리면 서울 도심에서만 약 7~8만채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며 “공급의 문제는 땅이 없는 게 아니라 공급 계획 부재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9·7 대책이 저렴한 공급 구조를 제시한 점은 의미 있지만, LH가 확보 가능한 외곽 지역 위주라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은 매년 10만호 정도의 공급만으로도 충분한 시장이므로, 정부가 과도한 목표치를 세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2027~2028년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연 1만채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빌라 공급량도 부족해 전세와 매매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용산정비창(코레일 소유), 서리풀지구, 상암랜드마크타워 부지 등을 단기간에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 지역으로 꼽으며 “전 세계적으로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핵심 부지를 주거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서울에 땅이 없는 게 아니라, 정부가 거대한 분양 시장을 열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빌라시장 분석 없이는 서민 주거 안정 없다”
서울시 전체 세대 중 아파트 비중은 43%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다세대·연립·단독·다가구 등 이른바 ‘빌라형 주택’이 차지한다. 김 교수는 “빌라는 더 많은 서민이 거주하는 주택 형태임에도 정책적 관심이 부족했다”며 “빌라 시장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빌라 시장은 2022년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가격은 정체된 반면, 서울 토지가격 상승과 함께 매매가격은 완만히 상승하는 추세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10% 오르면 빌라는 약 5%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중간 유형으로서, 빌라만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아파트 중심의 정책으로는 서민 체감 안정이 어렵다”며 “빌라시장에 대한 금융 접근성 개선과 거래 투명성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고가주택 대출 제한 병행해야”
김 교수는 “서울 아파트값 안정을 위해서는 서민층의 금융 접근성을 낮추지 않되, 고가 주택은 위험 자산으로 보고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종부세를 폐지하고 실효세율을 높여 주택 보유 부담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 실효세율을 OECD 평균 수준(약 0.3%)으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6·27 대책은 거래량만 줄였을 뿐, 가격 안정에는 실질적 효과가 없었다”며 “거래세는 낮추되 보유세는 강화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0·15 대책의 후속 조치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택시장 동향과 세제 합리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10·15 대책의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며, 연구용역 결과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뒤 당정 논의가 필요하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세제 조정·서민시장 관리가 함께 움직여야 시장이 안정된다는 방향으로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는 서울 도심 내 공급을 늘려 불안을 진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중심의 세제 개편을 통해 구조적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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