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원화 약세 등 금융 불안 요인을 고려해 인하를 보류한 결정이다.
소비와 수출 중심의 경기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와 환율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 자체는 유지하지만 속도와 폭을 조절할 시점”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6개월째 변동이 없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올해 2월과 5월 인하 이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전·월세 시장 불안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금리를 인하할 경우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금리 조정은 경기 상황과 금융 안정성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소비와 수출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의 효과와 환율 변동성 등 금융 안정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지표상으로는 회복 조짐이 보인다. 반도체 경기 반등과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은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에서 불안하게 움직이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창용 총재는 “3개월 전만 해도 인하 의견이 5대1이었지만, 현재는 4대1로 바뀌었다”며 “이는 금융 안정에 더 무게를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신성환 위원이 인하 소수 의견을 냈고,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에 동의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만, 시장을 자극하는 방향의 인하는 하지 않겠다”며 “경기가 둔화되면 속도 조절과 함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할 경우 성장률은 0.24%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인하 효과가 경기 부양보다 자산가격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매파적 신호”로 해석하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금융안정 우려로 인하 시점이 내년 1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동결 속에서도 인하 기조를 유지한 점에서 비둘기파적 해석도 존재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이 잠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마이너스 아웃풋 갭 상황에서는 인하 필요성이 여전하다”며 “11월 또는 연내 마지막 회의에서 인하 명분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끝으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경기 회복과 금융 안정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과 글로벌 환율 불안, 그리고 대미 관세 협상 등 외부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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