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월 21일자에서 “암호화폐 시가총액 축소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2주 사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며 총 시가총액이 약 90조 엔(약 6,000억 달러) 감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초 정점 대비 약 20% 하락했다.
그동안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왔던 비트코인이지만, 이번 하락으로 그 한계가 뚜렷해졌다. 특히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돼 가격 안정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스테이블 코인들의 급락은 시장 구조의 취약성과 투기적 거래의 위험을 다시 드러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0월 초 4조 달러에서 3조4천억 달러로 감소했으며, 이더리움 또한 최근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했다.
10월 초까지 이어졌던 매수세는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우려로 인해 금, 플래티넘 등 귀금속과 함께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금’ 자산으로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2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대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금 가격은 최고치를 경신하며 안전자산으로의 이동 현상이 두드러졌다.
비트코인 폭락은 신용거래의 연쇄 청산으로 이어졌다. 데이터 분석 사이트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최근 변동으로 인해 162만 명의 투자자가 강제 청산됐으며, 총 청산 금액은 19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과거 FTX 파산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충격을 넘어서는 규모다.
폭락 과정에서 일부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의 연동이 깨지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다. 특히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 코인 USDe는 1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가격이 한때 0.6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증거금 가치가 하락하며 대규모 청산이 이어졌고, 비트코인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바이낸스는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3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실시했다.
이번 디커플링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XBank의 니시야마 요시시 분석가는 “바이낸스 시스템 내에서 대규모 USDe 매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소가 자체 내부 데이터에만 의존해 가격을 산정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 코인 설계의 신뢰성이 흔들릴 경우 이를 담보로 한 신용거래가 위축돼 비트코인 가격에 추가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전에 대량 공매도 포지션을 설정한 투자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 정보 이용 거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군가 트럼프의 발언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됐다. SBIVC Trade의 무라이 링스케 총경리는 “이 같은 의심이 시장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TerraUSD)가 붕괴하면서 시장 전체에서 자금이 급격히 유출됐고, 이어진 FTX 파산 사태로 인해 비트코인이 폭락한 이후 가격 회복에는 1년 반 이상이 걸렸다. 현재 USDe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았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2년 ‘테라 쇼크’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장 구조의 불안정성과 투기적 위험을 다시 각인시켰다고 지적한다. SBIVC Trade의 무라이는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적으로 11만 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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