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또 한 번 공급망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월 19일 “미시간주의 한 고급 지프 SUV 생산 공장이 알루미늄 부족으로 조립 라인이 멈췄으며, 생산 재개 시점이 다음 달 초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관계자는 “이번 중단은 알루미늄 공급 차질 때문”이라며, “같은 이유로 포드도 세 곳의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생산 차질로 미시간주와 켄터키주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실업 수당을 신청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0년대 초반 반도체 부족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망 문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 예측 솔루션스의 샘 피오라니 애널리스트는 “이런 수준의 동시다발적 공급 문제는 업계 역사상 처음”이라며 “반도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분명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부품이 한꺼번에 막히면서 대응이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고율 관세 부담과 전기차 전환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부품 부족이 겹치면서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사업 축소로 16억 달러(약 2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의 1,590만 대를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전망은 어둡다. 평균 차량 가격이 약 5만 달러 수준으로 높은 데다, 관세 부담이 지속되면서 생산과 판매가 모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최근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완성차 업체들은 급히 생산 모델과 공장 운영 계획을 재조정했지만, 일시적인 혼란을 피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일부 북미 협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관세 완화를 제공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업계는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이 이미 120억 달러를 초과했다고 추산한다.
무역 갈등의 핵심 대상인 중국의 대응 조치도 자동차 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주요 희토류 광물의 수출을 제한했다. 이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필수 부품인 자석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부 자동차 회사는 미국에서 엔진을 제작해 중국으로 보내 자석을 장착한 뒤 다시 역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9월 뉴욕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생산이 내년 초까지 중단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포드의 고수익 모델 생산 일정이 차질을 빚었고, 이번에는 스텔란티스(지프 모회사)의 미시간 공장까지 멈춰 섰다. 회사 측은 “부품 부족이 원인”이라고만 밝혔으며, 구체적인 부품 종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속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불안은 전 세계 자동차 생산에 또 한 번의 충격파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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