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영 작가의 눈부시게 찬란한 ‘인생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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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현영 작가의 눈부시게 찬란한 ‘인생극장’

문화매거진 2025-10-20 13:45:11 신고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현영 작가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현영 작가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표준국어대사전은 ‘극장’을 ‘연극이나 음악, 무용 따위를 공연하거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하여 무대와 객석 등을 설치한 건물이나 시설’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콘텐츠를 관람하는 곳이 극장인 셈이다.

우리는 극장에서 타인을 마주하고, 그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그 관찰을 통해 나를 성찰한다. 이는 우리가 그림을 마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울컥하고 뜨겁고, 그 사람의 인생이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이현영 작가의 전시를 봐야하는 까닭이다.

▲ 이현영 작가 초대전 '눈부시게 찬란한 그대에게' 포스터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 이현영 작가 초대전 '눈부시게 찬란한 그대에게' 포스터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이현영 작가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갤러리단정에서 개인전 ‘눈부시게 찬란한 그대에게’를 연다. 그는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어머니 故 김두엽 작가와 함께 얼굴을 비추며 이름을 알렸다. 故 김두엽 작가 추모 1주기전에 이은 이번 전시에는 기존보다 한층 더 절제되어 극기를 향하는 사색적 풍경이 펼쳐진다. 

개인전 개최를 기념해 지난달 문화매거진과 만난 이현영 작가는 “자연에 집중하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자연이야말로 위대한 생명체가 아니겠냐”며 “평생 연구해도 다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이라고 본다. 내가 배워야 할 것이 그곳에 있다”고 운을 뗐다.

“사물의 본질적 존재란 무엇인가? 시각인가 아니면 촉각인가? 그렇다면 생각은 실재인가? 오감으로 느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이런저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뒤 어떤 감각 하나만으로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특히 올해 초 힘든 시간을 겪은 다음부터는 인간의 감각이라든가 이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져 버렸죠.”

▲ 달빛소나타1, 27.3*22.3, Acrylic on canvas, 2025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 달빛소나타1, 27.3*22.3, Acrylic on canvas, 2025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심리적으로는 정말 전쟁보다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한 그는 “기억 속에 자연 풍경이 없더라. 그러다 전쟁 같은 고통의 시간이 잘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드디어 마음속에 풍경이 싹트기 시작했다”며 “고요한 하늘보다는 더 고요하고, 진짜 산보다 더 진짜 같은 산, 홀로 떠 있는 섬과 바다, 하늘... 이런 것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방법, ‘촉각’으로 가보자- 싶었죠. 우리가 불을 보고 ‘뜨겁다’는 것을 인식할 순 없잖아요. 만져봐야 뜨겁다는 걸 인식하는 거죠. 산은 산이고 물을 물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의심해야 해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관객에게 조심스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조그마한 질감들이 있으니까 객관적 풍경화라기보다는 주관적 풍경을 보듯이, 명상하듯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물빛소나타, 53*45.6, Acrylic on canvas, 2025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 물빛소나타, 53*45.6, Acrylic on canvas, 2025 / 사진: 갤러리단정 제공


이현영의 ‘인생극장’에 초대된 관객들은 ‘물빛 소나타’, ‘스카이블루 소나타’, ‘소나타 퍼플’, ‘레드 소나타’ 등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계획된 마띠에르가 아닌, 즉흥적 마띠에르”가 생기 있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운을 자아낸다. 

“일정한 구름의 형태를 잡아놓고 마띠에르를 하는 게 아니라 툭툭 찍으면서 만들어낸 거예요. 재료도 물감만 들어갔고요.”

그리하여 흥미롭다. 잔잔한 이미지는 마음속 울림의 파동을 낳고 음표로 휘발되어 산뜻한 행복을 남긴다. 그의 작품은 힘이 넘치는 침묵이다. 이현영의 인생극장,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미지 수집은 밥 먹을 때 술 마실 때 계속해요. (웃음) 삶 자체가 이미지 수집인 거죠. 이게 단조롭게 보이지만 오히려 너무 복잡해요. 수백 가지 이미지를 비교하며 봐야 해서 머리가 복잡하죠. 완성되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관객에게 울림을 주기까지, 이현영 작가의 인생극장 상영은 쉽지만은 않았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하늘이 주신 임무 같았”단다. 

“홍대 앞에서 운영하던 미술학원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왔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림이고 뭐고. 2011년 여름에는 여수 공사 현장도 다녔어요. 생활비 벌어야 하니까. 일주일 한 번씩 집에 와서 어머니와 빨래하고 그랬는데, 어머니께서 달력에 사과를 그려놓으셨더라고요.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드렸습니다. 저는 현장 일을 하면서도 근처에서 사생을 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렸고, 스케치북에 습관처럼 일기 쓰듯 했는데 완전한 만족은 아니지만 ‘내가 살아있구나’,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 2019년 어머니 故 김두엽 작가와 함께 출연한 '인간극장' 스틸컷 / 사진: KBS 제공
▲ 2019년 어머니 故 김두엽 작가와 함께 출연한 '인간극장' 스틸컷 / 사진: KBS 제공


다시 숨을 고른 이현영 작가는 어머니 故 김두엽 작가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 덧붙였다.

“어머님이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시더라고요. 사과 하나를 그리고 난 다음부터요. 옆집 기왓장을 그려놓은 걸 보고는 색연필을 갖다 드렸어요. 색을 내려면 힘을 줘야 하거든요. 악력이 필요하니까 힘들 것 같아 다음엔 수채화 물감을 갖다 드렸죠. 사실 재료 쓰는 방법은 안 가르쳐드렸는데 알아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재료를 갖고 노신 거죠. 최종적으로 아크릴 물감 갖다 드리니까 연필에서 봤던 것처럼 근성, 끈기, 형태력도 아주 좋더라고요. 어머니가 아크릴 색채를 마음껏 쓰시는 거예요. 저도 쓰지 못한 색채를... 한번은 색이 골고루 안 묻으니까 세숫대야에 물감을 풀어 가지고 종이를 담갔다 빼보시더라고요. 붓으로 칠해보다가 매끈하게 안 되니까 손가락으로 해보니까 손이 낫다고도 하시고요. 스스로 공부를 하신 거죠. 

저도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세월호 사건 때였어요. 죽음이라는 게 허무하게 오는구나... ‘스케치북에 드로잉이나 하고 끝낼 수 없다’ 이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제가 컨테이너 부두에서도 일을 해보니까, 세월호 사건이 더 깊게 와 닿더라고요. ‘그림을 그려야겠다, 그림 그리다 죽자.’ 그때 작은 점을 찍은 작품 하나를 세월호 유족 단체에 기증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더라고요. 또 그 시점에 고등학교 후배가 ‘형님 뭐해’ 물어봐서 ‘일하면서 드로잉한다’ 이러니까 ‘그런 거 하면 안 돼, 그림 그려야지’하며 손길을 내밀더라고요.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죠.”

어머니와 주변인의 도움, 스스로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현영의 인생극장은 절찬 상영 중이다. 내일 새로운 작품 개봉박두를 앞둔 그는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며 웃었다. 

“제가 저를 봐도 매 전시마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 같아요. 대학교를 늦게 가서 그런가 (웃음)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건지, 점선면을 가지고 계속 이것저것 해보고 있거든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전쟁터에 나가기 위한 무기를 개발하는 게 아닐까... 선을 긋는 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고, 이런 무기를 조합해서 좋은 걸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시도하기를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사람 덕분에 일어났다”고 했다. 사람 덕분에 일어났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했을까?- 스스로 반문하는 그는 인터뷰 초반처럼 다시 한번 자연 애착을 드러냈다.

“어렸을 때 혼자 나뭇가지에서 거꾸로 세상을 보며 놀았던 기억이 많이 나거든요. 어릴 때 그랬듯이 홍대 앞 학원을 정리하고 내려갔을 때도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고, 아주 작은 야생화들이 보였고, 야생화들을 보고 나니까 작은 나무들이 보였어요. 지금까지 그려왔던 그림을 보면 자연적 소재를 벗어나지 않았거든요. 저는 자연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작가 이력]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2019 KBS ‘인간극장-어머니의 그림’ 출연 

[개인전] 등 
2024 휘겔리움, 평택
2024 에그갤러리, 여수
2022 갤러리엠, 광양
2022 에그갤러리, 여수
2022 창고갤러리 사라실, 광양
2018 갤러리 모던앤모던, 익산
2017 서포먼트갤러리, 서울

[단체전] 등  
故 김두엽 작가와 모자전 총 30회
2025 에그갤러리, 여수
2024 제1회 YAC 정기전, 갤러리엠, 광양
2024 SPIN in siena, 시에나, 이탈리아 
2023 섬섬아트페어, 여수
2023 에그갤러리 14인전, 여수
2023 밀스튜디오 개관 2주년 기념전, 서울
2023 광양문화예술회관, 광양
2022 여수국제미술제
2018 의정부 예술의전당 80인 초대전
2016 동덕아트갤러리 100인 초대전

[수상]
2020 전남미술상 
2015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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