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융단 폭격으로 초토화된 포항 철강산업, K-스틸법 통과 지연에 '사면초가'… 탈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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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융단 폭격으로 초토화된 포항 철강산업, K-스틸법 통과 지연에 '사면초가'… 탈출구 "?"

폴리뉴스 2025-10-20 01:11:47 신고

포스코 포항제철소(왼쪽)와 광양제철소 / 구성=폴리뉴스
포스코 포항제철소(왼쪽)와 광양제철소 / 구성=폴리뉴스

[폴리뉴스 권택석(=경북) 기자]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197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구가했던 철강산업, 불황을 모르던 대한민국 포항의 철강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미국의 50% 관세로 허덕이던 차에 유럽의 50% 관세 충격까지 겹쳐 미국과 EU의 동시적 '수출길 봉쇄'라는 초유의 장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EU집행위원회는 이달 유럽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무관세 수입 쿼터를 47% 축소하고 쿼터 외 물량의 관세를 25%에서 50%로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對 EU 수출 규모가 미국을 웃도는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요 교역국들이 잇따라 보호무역의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철강 수출 경쟁력의 약화는 명약관화할 것이란 문제가 당연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관련 산업의 내수 부진,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에 이르기까지 5~6중의 융단 폭격으로 국내 철강산업이 초토화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즉, 관세 장벽에다 업황 및 환경적 요인 등에 갇혀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형국에 놓인 것이다.

한편, 지난 8월 이상휘·어기구 의원을 공동 대표로 하는 '국회철강포럼' 등 여야 의원 106명은 국내 철강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 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즉 'K-스틸법'을 발의하고 사안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고려, 8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했으나 생각지 못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불발되고 말았다.

이후 여야 간 정쟁이란 정치적 변수에다 9월 정기국회, 10월 국정감사 등 숨가쁜 국회 일정으로 인해 처리 시기를 훌쩍 넘기며 아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10월 하순을 앞둔 현재까지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즉, 여야 공히 철강산업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법안의 빠른 통과가 예상됐으나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두고 여야 간 첨예한 이견과 이전투구가 발생하면서 뒷전으로 밀리고 만 것. 현재 남아 있는 법안 심사와 본회의 통과까지의 절차를 감안하면 생각 외의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무리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철강업계는 여야 간 무난한 합의에 이르렀던 만큼 법안의 빠른 통과를 믿고 오매불망 기다려 왔지만 엉뚱하게도 이와는 하등 관계없는 정치권 내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 통과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란 점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철강산업을 경제적 기반으로 하는 포항 등의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달 말에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입법 일정이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미국이 6월부터 한국산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올해 8월 기준 단지 내 주요 철강기업의 생산액이 전년 동월 대비 11.3% 감소했고 수출액은 40.4% 급감하는 등 업계 전반에 걸쳐 실적 악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여기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만 따져도 올해 미국에 납부 해야 할 관세가 약 2억 8,100만 달러(약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업계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 중소 협력사로의 타격 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K-스틸법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노후 설비 교체, 수소환원제철 전환 지원 및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인프라 확충, 중소 철강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의 현안은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중국 등 경쟁국보다 40~70% 정도나 높아 철강업계에서는 "요금체계의 정비 없이는 수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표명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결의문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로 가동률이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며, "국회는 K-스틸법을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한시적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을 요구하기도 하는 한편 철강산업 위기는 곧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상권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으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는 26일 본회의를 개최해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들과 민생 및 산업 진흥 법안들을 상정할 것"이라며, "다만 본회의 최종 상정 여부가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밝혔다.

국회철강포럼 공동 대표이자 포항제철소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상휘 의원(국민의힘, 포항남·울릉)은 "현재 법안의 통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여야 간 합의 정신 및 대한민국 산업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살아 있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며, "현재는 국정감사 기간이고 이달 말에는 APEC 정상회의가 시작되지만 공동 대표인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당진)과 책임연구위원인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을 비롯해 공동 발의한 100명 넘는 여야 국회의원들과 함께 어떠한 일이 있어도 11월 초까지는 마무리하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늦어도 11월 초에는 포항시민과 포스코에 희망찬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덧붙였다.

국회 안에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 일이야 제 나름의 자유겠지만 철강업계와 관련 산업 종사자, 해당 산업들을 삶의 기틀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다음번'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겠다지만 '다음번' 인물이라고 반드시 나으리란 법도 없다.

제발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 아니 지난 선거에서 했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만에서라도 국민을 생각하고 섬겨 그들의 아픔과 염려가 더 깊어지기 전에 치유하고 보듬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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