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의 첫 연출작이자 주연작인 단편영화 '꽃놀이 간다'는 2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희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으며 진정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은, 유명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는 말기암 환자인 어머니와 살아가는 딸 수미가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점점 악화되는 현실과 마주하면서도, 끝내 어머니와 꽃놀이를 가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이야기다.
감독 이정현은 이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개인적인 상실의 기억을 보편적인 공감으로 확장시킨다. 실제 어머니를 암으로 떠나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딸의 미숙한 후회와 마지막 희망이 관객의 마음속에 고요하게 스며들도록 한다.
'꽃놀이 간다'의 연출은 절제되어 있다. 화려한 장면이나 과장된 감정 대신, 인물의 침묵과 일상의 틈을 통해 감정을 드러낸다. 병원에서 퇴원 당하는 순간, 어머니를 집으로 데려와 간병하는 일상, 그리고 벽에 붙은 꽃놀이 관광 포스터를 바라보는 수미의 시선은 직접적인 대사 없이도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접근은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천천히 다가가도록 만든다. 여기에 윤일상이 참여한 음악은 영화의 정서를 고조시키며, 전체 분위기를 유려하게 감싸 안는다.
영화는 한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바라본다. ‘1억 5천만 원짜리 집’에 산다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오늘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가족을 돌보는 여성의 역할, 경제적 불평등, 죽음을 준비하는 삶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희망을 꿈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영화 곳곳에 배어 있다.
이정현은 배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했고, 감독으로서도 이야기의 무게를 과장 없이 끝까지 책임진다.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면서도 결코 감성에 매몰되지 않는 절제된 연출은, 작품이 단순한 감정 소비에 머물지 않게 한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잔상으로 남는다.
'꽃놀이 간다'는 화려한 데뷔작은 아니지만, 진심이 녹아 있는 데뷔작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난 희망 하나를 붙잡은 이 영화는, 단편영화가 가질 수 있는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 이정현 감독의 첫 작품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오는 22일 CGV 아트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는 '꽃놀이 간다'는,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작은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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