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내면의 초상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컬처N]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내면의 초상

뉴스컬처 2025-10-16 15:59:4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욕망은 어디까지 인간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그리고 욕망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극단 툇마루가 용인에서 올리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작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고전이 갖는 문학적 깊이에만 안주하지 않고, 현대 사회의 균열과 소외,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용인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재연작이 아니라 재해석이다. 단지 시대극으로서의 전시가 아니라, 지금-여기, 우리 삶의 은유로서 이 작품을 다시 불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주제와 인물, 그리고 사회적 배경이 그 어느 때보다 현재성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포스터. 사진=극단 툇마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포스터. 사진=극단 툇마루

무대 위의 블랑쉬는 단순히 환상 속에 사는 한 여인이 아니다. 그녀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존재이자, 현실의 폭력성과 직면했을 때 파열되어버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이번 공연에서 블랑쉬 역을 맡은 방은희와 한다감은 같은 인물을 두 개의 스펙트럼으로 풀어낸다.

방은희는 감정의 층위를 유려하게 직조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붕괴되어 가는 정신' 사이의 균형을 흔들림 없이 잡아낸다. 오랜 연극 경험에서 우러나는 기억된 트라우마의 정서화는 이 공연의 핵심 감정선을 이끈다. 반면 한다감은 첫 무대라는 부담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블랑쉬의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자기방어적 환상을 본능적으로 표현해낸다. 미완의 감정이 오히려 블랑쉬라는 인물의 본질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블랑쉬는 더 이상 과거를 못 잊는 고전적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오늘의 관객들이 체감하는 정신적 유랑자이며, 겉으로는 우아하지만 내부는 무너져 내리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진짜 중심은 스탠리와 블랑쉬의 대립, 곧 구문화와 신문화, 정신과 육체, 환상과 현실의 충돌에 있다. 이번 무대의 스탠리 역 이세창과 강은탁은 이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세창은 남성적 권위와 물리적 우위를 전면에 드러내며, 블랑쉬의 환상을 처참히 무너뜨리는 인물로 스탠리를 해석한다. 감정의 분출을 절제하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은 관객에게 불편함과 현실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반면 강은탁은 훨씬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스탠리를 선보인다. 20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쾌락만을 좇는 현대적 인간상을 통해 스탠리라는 인물을 ‘시대에 진화된 포식자’처럼 묘사한다.

스탠리는 폭력남이 아니다. 그는 생존의 논리로 무장한 자본사회의 전사이자, 감정 없는 폭력을 ‘권리’로 착각하는 비뚤어진 남성성의 집합체다. 두 배우의 해석은 이 이중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드리며, 관객에게 윤리적 질문을 남긴다.

조금희 연출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단지 시대극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고전의 대사를 고스란히 가져오면서도, 심리극적 긴장감과 상징성을 절묘하게 조율할 예정이다.

조명과 무대미술은 블랑쉬의 심리와 무너지는 환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대 위에서 물리적으로 허문다. 예를 들어, 스탠리와 블랑쉬의 대립 장면에서는 무대 조명이 급격히 차가워지며, 블랑쉬의 정서적 고립을 극대화한다. 이런 연출적 디테일이 작품을 단순한 ‘텍스트의 공연’이 아닌, 감각적 체험으로 이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결국 욕망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사회가 구조적으로 강요한 욕망, 그리고 그에 따르는 파멸의 이야기다.

작품이 가진 사회적 함의는 더욱 선명해진다.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 점점 더 좁아지는 사회적 연대, 점점 더 피폐해지는 정신.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블랑쉬는 너무나 많고, 스탠리는 너무 쉽게 용인된다.

이번 공연은 고전을 무대에 올렸다는 데서 의미를 찾기보다, 그 고전을 통해 지금의 사회를 어떻게 성찰하고 해석해낼 수 있을지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연극이 갖는 예술적 사명과 사회적 기능 모두를 충실히 이행한 결과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