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연세대 총동문회가 최근 해외 거주 중인 동문의 회비 송금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가상자산 납부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영리 단체나 대학 동문회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공식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인 것은 국내 처음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연세대 동문회의 가상자산 회비 납부 도입은 증권형토큰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실물자산토큰화(RWA·Real World Asset),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STO는 부동산·미술품·음악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쪼개어 발행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수십, 수백억원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던 강남 빌딩을 단돈 5000원어치로 쪼개어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증권토큰발행(STO)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TO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는 일부 조각투자사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조각투자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현재 30조원 수준인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2030년 5000조~60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각투자 시장도 2024년 34조원에서 2030년 367조원으로 연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RWA는 한발 더 나아가 실물자산의 토큰화를 통해 투자 접근성을 혁신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홍제석 블록체인부 선임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접목되면 국내 RWA 시장이 3~4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모든 거래의 결제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와 일대일로 연동돼 가격 변동성 없이 안정적인 거래를 보장하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RWA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인 결제 및 거래 매개체 역할을 하며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고 분석한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투자자 행동의 근본적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 예금과 주식, 부동산에 의존하던 기존 투자자들과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토큰 기반 조각투자를 통해 직접 원하는 자산에 투자하고 24시간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한다.
올해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가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기관투자자마저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DeFi Development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자금은 현재 980억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초 이후 104%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K-콘텐츠의 토큰화 가능성이다. 업계에서는 "토큰증권이 법제화되면 K팝, 웹툰, 드라마, 캐릭터 등 K콘텐츠를 토큰화한 상품이 대거 출시될 수 있다"며 "150조원 규모의 K콘텐츠 시장이 3000억달러 잠재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단순히 투자 상품의 다변화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팬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저작권 일부를 직접 소유하고 그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팬코노미(팬+이코노미)'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STO 제도화를 위한 5건의 법안이 상정돼 있지만 처리 시기가 불투명하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전자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등록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핵심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WA, STO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해야 한다"며 "디지털자산 같은 혁신분야는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연내 STO 제도화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세부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주민수 콜리전스 대표는 "이번 변화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기부와 후원의 방식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STO, RWA, 스테이블코인은 자본시장을 보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생태계로 진화시킬 핵심 인프라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우려"라며 "법제화와 투자자 보호 체계가 함께 정비되지 않으면 혁신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더 이상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상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며 "직접 원하는 자산을 골라 투자하고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24시간 거래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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