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가정보자원센터 화재로 마비된 해양수산부의 핵심 전산망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이 해수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11일 동안 일반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먹통' 상태로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수부가 "복구 완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시점 이후에도, 포털사이트 검색 연동이 제때 수정되지 않아 실제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해수부가 복구 완료를 선언했지만, 국민은 11일 동안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었다"며 "홍보에 급급한 졸속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 15분에 발생한 국가정보자원센터 화재에서 시작됐다. 이 화재로 해수부의 1등급 핵심 시스템인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이 전면 마비됐고, 해수부는 다음날인 27일 재해복구시스템(DR)을 가동해 임시 복구를 마쳤다. 이후 10월 2일 오후 3시 41분, 해수부는 주 시스템 복구를 완료했다며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 완전 복구"라는 카드뉴스를 공식 블로그와 SNS에 게시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 의원실이 복구 11일 후인 10월 13일 직접 접속을 시도한 결과, PC와 모바일 모두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오류 메시지만 나타났고, 시스템은 여전히 접근 불가 상태였다. 원인은 단순했다. 복구 작업 당시 임시로 운영했던 홈페이지 주소를 포털사이트(네이버)에 연동된 공식 링크로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해둔 것이다.
결국 해수부 내부에서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었지만, 국민이 포털을 통해 접속하려 하면 임시 주소로 연결돼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가 11일 동안 이어졌다.
해수부는 정희용 의원실의 보좌진이 문제를 직접 통보한 뒤에야 이 사실을 인지하고, 10월 14일 새벽에야 포털 연동 주소를 교체했다. 즉, "복구 완료"를 발표한 10월 2일부터 실제 포털을 통한 접속이 가능해진 10월 14일까지, 무려 11일간 국민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었던 셈이다.
정 의원은 "국가적 재난으로 시스템이 멈췄는데, 복구 후에도 포털 주소를 바꾸지 않아 국민이 접속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며 "해수부가 실제 복구보다 '복구 홍보'에 더 신경 쓴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명절 연휴 내내 수출입 기업과 항만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는데, 정부는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장관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적해주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휘 책임이 있는 저의 책임"이라며 "국민께 사과드리고, 관련 사항을 철저히 확인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은 해수부의 1등급 핵심 전산망으로, 전국 무역항의 선박 입출항 관리, 항만시설 이용, 화물 반출입, 출항 신고 등 해운항만 관련 주요 민원과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수출입 기업, 선사, 운송업체 등 민간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단 하루만 멈춰도 항만 물류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번처럼 복구 이후 11일간 포털 검색을 통한 접근이 불가능했던 사례는, 단순한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국가 기간시스템의 관리체계 전반이 무너진 사건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링크 오류'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복구 이후 점검 프로세스가 허술했고, 내부 시스템 점검과 국민 접근성 검증이 분리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정보보안 전문가들은 "복구는 서버가 돌아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까지 확인해야 완료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행정기관이 '기술 중심 복구'에만 머물고, 사용자 관점의 점검 체계를 소홀히 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정희용 의원은 "해수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복구 기준을 '내부 정상화'가 아닌 '국민 체감 복구'로 바꿔야 한다"며,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시스템 관리 부실의 결과로 보고, 재난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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