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미국 햄버거 브랜드 '인앤아웃'(In-N-Out)이 서울에 다시 팝업 매장을 열자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인파로 현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한정된 물량과 미흡한 운영, 좁은 골목길 구조 속 안전관리 부실이 겹치며 혼잡과 불만이 이어졌다. 일부 방문객과 인근 주민 간 언성이 오가는 등 갈등도 빚어졌다.
미국 3대 버거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인앤아웃은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케줄(Schedule)'에서 단 하루 동안 팝업 매장을 운영했다. 2023년 이후 2년 만의 재개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에 불과했다. 행사 소식은 전날 SNS를 통해 깜짝 공개됐지만 수천명이 몰리며 새벽부터 긴 줄이 형성됐다.
오전 11시엔 이미 매장 앞 언덕을 넘어 압구정로까지 수십 미터 이상 줄이 이어졌다. 대기 구역이나 질서 유지를 위한 안전선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 방문객들은 캠핑용 의자를 들고 나와 임시로 자리를 잡았고 인근 보행로는 사실상 마비됐다.
이날 판매된 메뉴는 '더블더블', '애니멀 스타일', '프로틴 스타일' 등 세 가지였다. 그러나 준비된 수량은 오전 12시 이전에 모두 소진됐다.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지만 현장 운영은 허술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매장이 위치한 청담동 '스케줄' 주변은 고급 주택가가 밀집한 좁은 골목길로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폭을 가진 곳이다. 인도 표시도 없고 차량과 보행자가 한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라 인파가 몰리자 안전사고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현장에는 안전요원이나 질서유지를 위한 별도의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방문객과 차량 운전자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운전자는 "주차 좀 하게 길을 비켜 달라"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에게 고성을 질렀고 좁은 도로에서 차량 두 대가 교차할 때 대기 인파와 차량이 맞닿을 뻔한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한정된 수량을 관리하기 위해 주최 측은 줄을 선 사람들에게 주문용 팔찌를 배부했다. 그러나 팔찌가 모두 소진된 뒤에도 안내 방송이나 공지가 없어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방문객들이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일부는 "여기까지만 입장 가능하다"는 안내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최효정 씨(36)는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을 쪼개 일부러 왔는데, 팔찌를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현장 공지가 전혀 없어 허무했다"고 말했다. 이어"인파가 몰릴 걸 전혀 모르지 않았을 텐데 사전 준비를 더 철저히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이예린 씨(26)는 "요즘은 '캐치테이블' 같은 줄서기 앱이 보편화돼 있는데 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앱으로 대기 순번을 관리했더라면 좁은 골목에서 길게 줄을 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경적이 계속 울리고 주민들도 불편해하는데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외국인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독일인 요나스(23)는 "독일에는 인앤아웃이 없어 친구와 오전 10시부터 이곳에 왔다"며 "사람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긴 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팔찌 배부 방식 자체는 괜찮았지만 어디서 받는지 안내가 없어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인앤아웃은 2012년 국내 상표를 등록한 이후 2015년, 2019년, 2023년에 이어 올해까지 일정 주기로 팝업 매장을 열고 있다. 국내 상표법상 상표를 등록한 뒤 3년 동안 실제 사용하지 않으면 '불사용 취소 심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번 팝업 운영은 상표권 유지를 위한 실사용 행위로 분석된다. 인앤아웃은 한국뿐 아니라 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팝업 매장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브랜드의 인지도와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번 행사 역시 '상표 방어' 이상의 홍보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 통제 부실과 안전관리 미흡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앤아웃은 '신선도 원칙'을 내세워 냉동고기와 전자레인지 사용을 금지하고, 재료를 당일 생산·공급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매장을 낸다. 이 원칙 때문에 창업 80년이 가까워진 지금도 미국 서부 지역에 약 350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동부 지역에서도 물류 문제로 수십 년째 출점을 미루고 있다.
인앤아웃의 청담 팝업 매장은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지만 현장 관리의 허술함과 안전 대책 부재로 소비자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주민 불편과 교통 혼잡, 안내 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반복되면서 '브랜드 신선도 원칙' 뒤에 가려진 현장 대응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팝업 매장을 통해 상표권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화제성을 높이는 전략 자체는 효율적이지만, 실행 단계에서 소비자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팬층이 두터운 브랜드일수록 한 번의 팝업이 전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영 완성도와 안전 관리 수준이 브랜드 신뢰의 핵심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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