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벼 깨씨무늬병' 피해를 공식적인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보고 사상 첫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과거 벼 흰잎마름병, 벼도열병 등은 농업재해로 채택된적이 있었으나 벼 깨씨무늬병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이런 결정은 7~8월 이상고온과 9월의 잦은 강우가 겹치면서 전국 약 3만6000 헥타르(ha)에서 병해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발생 규모(1만 6천 ha)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수치로 , 더 이상 통상적인 병해 관리가 아닌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시사한다. 정부는 긴급 복구비 지원과 함께 피해 벼를 전량 매입하는 초강력 시장 안정화 조치를 단행했다 .
전국 3.6만 ha 초토화
전남 지역 피해 집중돼
벼 깨씨무늬병 피해는 그 규모 면에서 국가 재해 인정의 법적 기준을 월등히 초과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르면, 병충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시·군별로 50 헥타르 이상일 경우 재해로 인정된다 . 그런데 2025년 10월 1일 기준 집계된 3만 6천 ha의 피해 면적은 이 기준을 수백 배 뛰어넘는다 .
특히 피해는 전남 지역에 집중되어 전국 피해의 3분의 1 이상인 1만3000 ha를 기록했으며, 충남(7.8천 ha), 경북(7.3천 ha), 전북(4.4천 ha)에서도 심각한 확산세를 보였다 . 병이 창궐한 논에서는 벼알이 갈변하고 등숙(grain filling)이 불량해지는 치명적인 미질 저하가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농민들이 수확 자체를 포기하고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며 정부에 신속한 재해 인정을 요구하는 압력이 거세졌었다.
극한 기후와 토양 영양 불균형의 합작품
벼 깨씨무늬병이 재해 수준으로 번진 배경에는 기후 요인과 구조적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① 이상고온 촉발: 병원균인 곰팡이 (Bipolaris oryzae)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급속히 증식한다. 올해 7~8월 기록된 역대 최고치 이상고온 (평균 25.7℃)과 9월의 잦은 강우는 곰팡이 확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
② 토양의 구조적 취약성: 깨씨무늬병은 벼의 전반적인 영양 상태가 불량할 때 발병하는 '쇠약병(Weakness Disease)'의 특성을 가진다. 발병이 심한 곳은 사질답, 염해답, 노후화답 등 척박하고 비료 보유 능력이 낮은 토양이었다 . 정밀 조사 결과, 발병이 많은 토양에서는 벼의 병 저항성을 높이는 유효규산(Si)과 칼륨(K), 칼슘(Ca) 등의 필수 무기성분 함량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질소비료를 전혀 주지 않은 무질소구에서 병 발생이 가장 심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질소 과잉을 경계하는 도열병과 달리, 깨씨무늬병은 전반적인 영양 결핍이 저항성을 무너뜨리고 기후 재난에 취약하게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긴급 대응과
쌀시장 안정화 전략
농식품부는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4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공식 인정하고 신속한 복구 지원을 발표했다 .
우선 피해 농가를 위해 농약대, 대파대(농업재해로 인해 농작물이 크게 피해를 입어 수확을 포기하고 농경지를 재정비하거나 새로 파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복구비), 생계지원금 등이 즉시 지급된다 . 특히 농경지 재정비가 필요한 수준의 심각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대파대는 헥타르당 372만원이 책정되어, 농약대(82만원/ha)보다 4배 이상 높게 지원된다 .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피해 벼를 전량 매입하고 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이 조치는 단순히 농가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미질이 저하된 쌀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고 쌀 시장 전체의 가격 안정성 및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적 시장 개입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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