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의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 정 장관의 시각에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고, 일부 여당 의원도 "통일전략이 바뀌는 것"이라며 "정부 내에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정 장관의 주장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통일부 장관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했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두 국가론 불인정'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평화적 두 국가론…헌법 배치되지 않아"
이날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헌법에 의하면 정 장관이 주장하는 평화적인 두 국가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정부는 남북 관계에 대해 통일이 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관계라는 기본합의서의 입장을 강조했다"며 "두 국가론이라는 것을 헌법에서도, 대한민국 대통령과 안보실장도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안 의원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헌법과 정확하게 합치한다"면서 "남북 관계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속에서의 두 국가론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의원이 "두 국가론 주장을 계속할 것인가"라고 묻자, 정 장관은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다.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정 장관이 외교·안보 라인의 다른 장관이나 안보실장과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는 아주 훌륭한 방법인데 현재는 내각 각료로 있기 때문에 이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 정동영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 노선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오만으로 들린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통위원장은 "현 정부 입장과 헌법에서 두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데, 통일부 장관이 논의 중에 있는 사항을 두 국가라고 하는 게 타당한 것인가"라며 "공직자로서 장관이 대통령실과 전혀 다른 입장을 공식적으로 계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통일부-대통령실 안보실장 '두 국가론' 엇박자
위성락 "남북 두 국가론 불인정"...자주파와 동맹파 노선차
최근 이재명 정부에서 통일부와 대통령실이 '두 국가론'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통일노선에 대해 '자주파'와 동맹파'의 입장차다. '자주파' 입장에 서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와다른 '동맹파' 입장에 서 있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남북 2국가론' 등 통일 노선 차이가 명확하다.
앞서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연설을 한 당일인 지난달 24일 개최된 '북한의 2 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에서 "지금은 남북 관계에 대한 실용적 접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때"라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북은) 국제법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국제 정치적으로 두 국가였고, 지금도 두 국가"라면서 1991년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고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중 2단계는 '국가연합 단계'로 두 국가 상황을 명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두 국가론을 우리 정부 차원에선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구상인 'E.N.D이니셔티브'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과 관련 자칫 북핵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위 실장은 당시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남북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남북 관계는 통일이 될 때까지의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원칙들은 과거 남북 간의 합의나 2018년 채택된 북미 싱가포르 성명 등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계정상화'에 대해 "지금의 남북관계가 극도의 대립 긴장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에 그런 상태를 긴장 완화, 신뢰로 바꾸겠다는 것이고 그 과정은 교류를 통하여 시작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지난달 29일 통신 3사와 인터뷰에서도 "남북 사이에는 '두 나라가 아니다'라고 합의한 문서가 있다 그게 남북 기본합의서다. 그건 역대 정부가 이행·협의해 왔고 바뀐 적이 없다"라며 "남북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정 장관이 남북을 '사실상의 두 국가'로 표현한 것에 대해 "국제법적 측면에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특수관계라고 하는 것을 손을 떼게 되면 북한과의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우리가 억지하기 어렵다. 우리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여당도 "통일론 자체가 바뀌는 것"...'평화적 두 국가론' 우려 목소리
대통령실 "통일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말"
정 장관의 두 국가론에 대해 여당 의원들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국정기획위원회에 있었던 우리 위원들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확인했다. 지금은 확정될 단계가 아니라고 제가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정부 안에서 부서 간에 협의하고, 혹여 합의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개념, 통일론 자체가 바뀌는 것인데 이 정도면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그런 과정을 다 무시하고 이 자리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더 대화하고, 정부 내에서도 협의를 좀 하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윤 의원이 제기한 것은 타당하고, 이를 좀 더 여당과 정부 내에서 조율해 갈 필요가 있다는 말은 수긍한다"고 했다.
홍기원 의원은 두 국가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고 하면 남북 통일이 어려운 게 현실이니 두 국가 체제로 가야 한다. 다만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상세하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적대성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 때 적대적 두 국가는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때 추구했던 것은 평화적 공존의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이재명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거라는 정동영 장관 발언에 대해 "통일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김남준 대변인이 말했다.
정동영 "APEC 계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정 장관은 이날 외통위 국감에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장관은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달 말 북미 정상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의에 "공개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해서 볼 때 북미 양측 정상은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그리고 평화공존을 주제로 얘기한다면 만날 생각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장소는 판문점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배경하에서 핵 무력을 과시했다"며 이런 정황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2018년에 남북·북미대화에 임했듯, 이번에도 열병식에서 핵무력을 과시한 이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2025년 10월 10일은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데자뷔'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대북 제재가 효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의 질의에는 "제재 그리고 대북 강압 정책 속에서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키워졌다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제재 무용론을 거듭 꺼낸 것이다.
통일부, 尹정부 해산 '개성공단재단' 복원…남북협력기금 사용처 확대
정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준비하기 위해 개성공단지원재단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의 단절로 개성공단의 재가동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의 재단 복원인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개성공단지원재단은 지난해 3월 해산됐고, 현재 채권·채무 정산 등 청산을 위한 법인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또 남북교류협력의 국내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남북협력 사업만이 아니라 민간단체의 국내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남북교류협력 민간단체에 도움이 되도록 사단법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재단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통일부는 아울러 9·19 남북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으로 남북 간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겠다며, 범정부 협업체계를 통해 관련 의제를 발굴하고 대북협의 전략도 수립하겠다고 보고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