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자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식단 조절이나 운동보다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불안이 소비를 키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체중을 줄이려기 위해 위고비·마운자로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비만 관리가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전 수는 2022년 약 13만8000건에서 2024년 20만5000건으로 50% 이상 늘었다. 9월 DUR 점검 현황에서는 올해 새로 도입된 마운자로 처방 건수가 7만383건으로 집계돼 출시 첫해부터 시장 안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약들은 본래 제2형 당뇨병 치료용으로 개발됐으나, GLP-1 성분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지속시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용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실제 복용자 가운데는 대한비만학회가 권고하는 체질량지수(BMI) 27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위고비는 국내 시판 이후인 2024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 69건, 임신부 194건에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8세 미만, 임신부, 수유부, 65세 이상 고령자 등에게 투여를 금지한 전문의약품임에도 정신건강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에서 수천 건의 처방이 확인됐다.
또 다른 주사제인 삭센다 역시 2021년 한 해 동안 어린이 67건, 임신부 179건이 투여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위고비는 기존 비만 치료제 가운데 안전성이 가장 높지만, 용량 조절 없이 임의로 투약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만 치료제의 성격이 단기 감량제에서 장기 복용형 관리제로 바뀌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초기 몇 개월간 식욕을 억제하지만, 인체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적응하면서 효과가 점차 둔화된다. 2024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위고비 4년 연구에서도 체중 감량은 투약 1년 후부터 정체됐고, 중단 시 1년 내 대부분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약효 감소에 따른 재투약이 늘면서 치료제는 점차 ‘감량제’보다 ‘유지제’ 성격을 띠고 있다.
약물 중단 시 체중이 다시 늘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복용이 일시적 선택이 아닌 일상적 관리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종합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의학적 치료 목적보다 체중 유지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약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이 소비를 자극하며 약물 의존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온라인 확산은 이 같은 흐름을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달에 5㎏ 감량”, “식욕이 사라진다”는 후기들이 확산되면서 실제 효과보다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과장된 정보가 늘어나면서 식단 관리나 운동보다 병원 처방을 우선하는 소비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 제약업계도 이 흐름에 맞춰 당뇨·탈모·피부질환에 이어 비만 분야까지 장기 복용형 치료제 시장으로 편입되는 추세다.
불안이 소비를, 소비가 산업을 키우는 구조도 뚜렷하다. 위고비의 미국 매출은 2021년 승인 이후 1년 만에 7배로 성장,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매출도 올해 기준 전년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상반기 위고비 수입액이 105억원을 넘어 지난해 세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미약품·종근당·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도 이 흐름에 맞춰 ‘K-GLP-1’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가 치료제의 특성상 접근성 격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고비 한 달 약값은 50만원 이상, 마운자로는 60만원을 넘어 상당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가 체형 관리용으로 소비될 경우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운동 대신 처방, 노력 대신 비용이 체중 관리의 기준으로 고착되는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식탐이나 폭식 충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물 효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 생활 습관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요요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약물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주의 당부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 환자에게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며 “비만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쳐야 하며 온라인 해외직구나 개인 간 판매·구매는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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