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첩] ‘말보로’ 구조조정 논란 속, 불거지는 다국적기업 한국필립모리스의 ‘국부 유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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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첩] ‘말보로’ 구조조정 논란 속, 불거지는 다국적기업 한국필립모리스의 ‘국부 유출’ 딜레마

센머니 2025-10-13 23:16: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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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필립모리스인터네셔널
사진출처=필립모리스인터네셔널

[센머니=현요셉 기자] 한국필립모리스의 ‘말보로’ 담당 부문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인력 축소와 동시에, 해외 본사로 향하는 로열티 및 배당 규모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한국에선 감원을, 본사로는 현금 유출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해외 법인들에 지급한 로열티는 793억 6,400만 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809억 원)의 절반이 넘는 444억 2,500만 원이 배당으로 빠져나갔다는 수치가 공개됐다. 

▲ 구조조정의 현황.. ‘성과 저조’라지만 기준은 흐릿하다

직원들 증언과 내부 사정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연초(궐련 담배) 영업 부문, 특히 ‘말보로’ 관련 조직에서 임원부터 실무직까지 이른바 퇴사·해고가 속출하고 있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개인 사유에 따른 퇴사이며,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내부에서는 성과 기준이 모호한 채로 퇴사를 종용하는 사례가 반복됐다고 한다. 퇴사자에게는 위로금 형식으로 통상 3~6개월치 임금이 지급되지만, 영업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감원이라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 ‘국부 유출’로 읽히는 재무 흐름

문제의 핵심은 구조조정과 인력 축소가 진행되는 동시에 거액의 지급이 해외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상표권 사용료(로열티)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793억 6,400만 원이었고, 배당은 당기순이익(809억 원)의 절반을 넘는 444억 2,500만 원이 전액 스위스 계열 법인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조조정과 관련된 해고 급여도 1년 새 17% 늘어난 11억 4,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국내에서 이익을 내고도 재투자 대신 본사 이익 환원’이라는 인상을 키운다. 

 

사진출처=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사진출처=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 왜 이런 흐름이 반복되는가.. 경영 전략과 시장 환경

업계 관계자들은 몇 가지 배경을 지적한다. 첫째, 연초 수요의 장기적 감소와 궐련형 전자담배·대체제품의 성장으로 기존 영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압력이 존재한다. 둘째, 2023년 5월 윤희경 대표가 부임한 이후 “시장 1위 탈환” 같은 매출·점유 목표가 내부적으로 강하게 주어지면서 비용 절감(특히 인건비 축소)을 통한 단기 성과 개선이 가속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표는 호주필립모리스 대표 출신으로 2023년 5월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에 선임된 바 있다. 

▲ 정치·사회적 파장.. 한미 경제관계와 ‘외국계 기업’ 프레임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계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인력 축소를 단행하면서 이익을 본국으로 회수하는 행태는 한편으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균열을 낼 수 있다. 특히 국제정치적 긴장이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시기에는 ‘본사 중심 경영’이 국내 고용 안정성 약화로 곧장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다. 일부 진보·노동 진영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 균형적 시각도 필요하다.. 기업의 권한과 주주의 권리

물론 기업은 경영 판단에 따라 구조조정이나 배당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 주주에 대한 배당은 자본시장의 기본적 기능이다. 다만 문제는 ‘투명성’과 ‘우선순위’의 설정이다. 국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법인이 국내 재투자·고용 유지와 관련해 어떤 고려를 했는지, 배당·로열티 결정 과정의 정당성은 무엇인지가 공개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이익 환원과 고용 안정이라는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제도적 대비와 투명성 강화

이번 사건이 던지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다국적기업의 국내 활동에 대한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로열티·국제거래 가격(transfer pricing)·배당 의사결정에 대한 공시 강화는 국부 유출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둘째, 대규모 감원 시 노동자 보호 장치의 실효성 강화(재취업 지원·전직 교육·노동감독 강화 등)가 시급하다. 셋째, 정부와 국회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동시에 고용 안정·사회적 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사진=센머니 제작
사진=센머니 제작

▲  한미 통상 현안과 맞물린 ‘국부 유출’의 부담

이번 ‘말보로 구조조정’ 사태는 단순한 기업 문제를 넘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과도 맞물려 복잡한 파장을 낳고 있다.

최근 한미 간 관세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미국계 다국적기업으로의 국부 유출이 부정적 여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한국 정부는 대미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 측의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아직 공식 문서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의 자금 유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한국 통상당국은 ‘발등의 불’이 됐다. 정부는 이달 29일 열리는 ‘2025 경주 APEC’을 계기로 마련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제2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교착 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 회담 결과에 따라, 한미 경제 관계의 향배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한 정책적 대응 기조 또한 중대한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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