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함으로써 ‘고의적 자해(자살)’가 개인적 비극을 넘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2024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사망 원인 중 자살이 10대부터 40대까지는 1위, 50대와 60대에서도 2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거의 전 연령대에 걸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니 그 결과가 정말 충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 10만명당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도 26.2명의 우리나라가 평균치(10.8명)의 두 배를 넘겼고 2위인 리투아니아(18명)와 비교해도 거의 10명이 더 많으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살에 내몰리는 사회인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80년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5만3천배로 증가하며 경제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있고 기대수명도 83.5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건만 하루에 39.6명이나 자살하는 사회라면 건강한 국가로 성장했는지 의문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온 사회가 힘을 합쳐 그 원인을 분석하고 효과적 대책을 수립,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자살 예방 전략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사망 전 평균 4.3개의 스트레스에 복합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심리 불안·트라우마·우울·양극성 장애 등의 정신적 요인, 파산·빚·취업난·실직 등에 의한 경제적 요인, 만성질환·장애 같은 신체적 요인, 가족 간 불화·직장 내 갑질·남녀 문제·외로움 등의 대인 관계적 요인이 자살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인데 왜 극복하지 못하냐며 개인의 의지 박약 문제로만 보면 자살률 1위의 상황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 풍요로움을 이룬 만큼 사회안전망 차원의 복지 문제를 많이 해결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고 다양한 가치로 파편화된 실전 사회에 필요한 절대 생존 기술은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어찌 할 수 없는 구조 안에서 개인에게만 극복의 책임을 돌리는 건 후진적 발상이다. 그렇기에 정부도 ‘2034년 기준 자살률 17명 이하’를 목표로 고위험군 집중 대응, 위험군 적극 발굴 및 맞춤형 지원을 통한 고충 해결, 범부처 및 지자체의 선제 대응 시스템 구축, 민관 협력 등을 통한 생명 보호 정책 시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아무리 촘촘하게 펼쳐 놓은 들 빈틈이 모두 메워질 리 없다. ‘자살’을 ‘살자’로 바꾸려면 국민 각자가 서로 관심을 주고받으며 삶의 지지대로서 함께 버텨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직접적 해결 방안이 아닐까 한다. 나의 작은 관심과 사랑,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살아갈 힘을 주는, 굵은 동아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내려 준 삶의 동아줄도 놓치지 말고 꽉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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