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KBS2 예능 '개그콘서트'에서는 고 정세협의 유작이자 새 코너 'BJ 레이블'이 공개됐다. 'BJ 레이블'은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들이 모든 상황을 방송하듯이 대처하는 형식을 차용한 코너로, 이정수·고 정세협·김여운·서유기·유연조·황혜선 등이 출연했다. 첫 무대에서는 병원에 입원한 친구 김여운을 위해 BJ 이정수, 서유기, 유연조가 출격했고, 이들은 병원비와 수술비를 인터넷 방송 리액션으로 해결하려는 기발한 시도를 펼쳤다. 그러나 후원받은 모든 금액이 보이스피싱으로 사라지자 구세주처럼 등장한 '탑 BJ' 미미가 무대를 장악했다. 미미는 바로 고 정세협이었다. 그는 "내가 도와줄게"라며 등장해 "오빠들, 별풍선 4억 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유쾌한 웃음을 전했다.
코너가 끝난 뒤 화면에는 "무대에서 가장 행복했던 개그맨 정세협을 기리며"라는 자막이 등장했고,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고인을 향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앞서 정세협은 지난 6일 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1세.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사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으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개그콘서트' 측은 "정세협 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세협은 2008년 SBS 1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개그투나잇' 등에서 활약하며 특유의 순박한 얼굴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사랑받았다. 이후 백혈병 투병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5년의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전혀 아프지도 않았는데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이식해준 중국인 기증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완치 이후 그는 2024년 KBS '개그콘서트'에 합류해 '마지막 출근', '이토록 친절한 연애', '지옥의 출근길', '세기의 대결' 등 여러 코너에서 활약했다. 특히 '세기의 대결'에서는 13년 만에 자신의 대표 캐릭터 '차우차우'를 다시 선보이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무대를 채우며 “무대에 서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늘 말하곤 했다.
개그를 시작하기 전 정세협은 강남 압구정의 유명 미용실에서 일하던 실력파 헤어디자이너였다. 연예인 고객이 많았고 월 6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만큼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인재였다. 고객들은 그를 '정 선생님'이라 불렀고, 세련된 감각과 따뜻한 성격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내려놓고 개그의 길을 택했다. 정세협은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진짜 내 길"이라며 개그 오디션에 도전해 합격했다. 이후에도 동료 개그맨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며 '개그계 미용실 사장님'으로 불렸고, 선후배들에게 '정 많고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정세협은 2022년 유튜브 채널 '푸하하TV'의 '심야신당'에 출연해 배우 정호근과 대화를 나누며 백혈병 투병 당시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정호근은 "당신은 해맑은 눈을 가졌다. 동심의 세계 속 아이 같다"고 말하며 "30대 초반부터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운이 있었다"고 말해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정세협의 발인식은 지난 9일 경기 화성시 함백산장례식장에서 엄수됐으며, 장지는 함백산추모공원이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방송계 동료들은 "항상 주변을 밝히던 사람", "늘 웃음을 나누던 진짜 개그맨이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웃음을 선물하던 그의 모습은 'BJ 레이블'을 통해 고스란히 남았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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