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안전하고 안정적인 '렌트'는 '렌트'가 아니다."
브로드웨이 협력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의 이 선언은, 2025-2026 시즌 '렌트'의 방향을 단 한 문장으로 말해준다. 예측 가능한 안정성보다, 생생한 불안과 치열한 진심을 택하겠다는 태도. 10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렌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2000년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렌트'는 한국 뮤지컬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사랑으로 오늘을 살아가라(No day but today)"는 메시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늘 유효했고, 무대는 매번 새로웠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무대에서 사라졌던 이 작품은, 2020년 브로드웨이의 앤디 세뇨르 주니어를 영입하며 다시 뜨겁게 부활했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시기를 돌파하며, '렌트'는 예술의 본질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그리고 지금, 2025년. '렌트'는 한국 공연의 10번째 막을 올린다. 무대는 코엑스아티움, 시간은 11월 9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25년을 꿋꿋이 지나온 '렌트'는 이제, 공연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다. 청춘의 불안과 갈망, 사회의 경계에 선 이들의 투쟁과 연대,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 이 작품은 여전히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 간의 유기적 연결이다.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합류한 신예들과 기존 출연진이 한 무대를 공유한다. 김수하(미미 역), 조권(엔젤 역), 정다희(조앤 역), 김수연(모린 역) 등 이전 시즌의 주요 배우들이 중심을 잡고, 이해준, 유현석, 유태양(로저 역), 솔지(미미 역), 양희준(마크 역) 등 새로운 얼굴들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특히 2020·2023년 '로저'로 활약했던 장지후가 이번엔 '콜린'으로 돌아온다는 점은, 한 인물이 아닌 한 이야기에 충실한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렌트'의 힘은 언제나 '누가 하느냐'에서 시작된다. 넘버 하나하나에 배우의 인생이 녹아든다. 'Seasons of Love', 'One Song Glory', 'I'll Cover You'는 흥겨운 노래가 아니다. 무대 위의 삶을 증명하는 선언이자, 무너져가는 세상을 견디는 저항이다.
'렌트'는 록 뮤지컬이다. 그러나 음악 장르로서의 록을 넘어서, 저항의 언어이자 청춘의 분노와 방황, 사랑의 절규다. 5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뿜어내고, 배우들의 목소리는 그 사운드 위에 삶을 얹는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이 무대는, '공연'이 아닌 '경험'이 된다.
1996년, 창작자 조나단 라슨은 브로드웨이 초연 하루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삶은 작품을 통해 오늘도 무대에 서 있다. 그가 꿈꿨던 '오늘'은, 여전히 수많은 관객의 심장을 두드린다.
2025년의 '렌트'는 기념비로 존재하지 않는다. 10번째 시즌, 25년의 역사, 모두가 이 무대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정작 이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오늘'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예술, 죽음과 연대, 그 모든 것들이 한 무대에서 충돌하는 '렌트'. 이 가을, 코엑스아티움에서 우리는 또다시 '지금 여기'를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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