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잉글랜드 축구의 두 전설 웨인 루니와 스티븐 제라드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불붙었다.
루니가 최근 자신의 BBC 팟캐스트에서, 제라드가 잉글랜드 ‘황금세대’를 “자만심에 빠진 패배자들(egotistical losers)”이라고 묘사한 발언을 두고 “그건 무례(disrespectful)”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 “우린 노력했다, 단지 우승하지 못했을 뿐”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루니는 “제라드의 말은 우리 세대 전체를 폄하하는 표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리가 트로피를 들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자만심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무례하다.
우리는 열심히 뛰었고, 서로를 위해 싸웠다. 단지 결과가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루니는 제라드의 의도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태도 문제’로 몰아가는 건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드레싱룸엔 큰 인물들이 많았다. 하지만 태도가 나빴던 건 아니다. 지금 세대가 우리보다 ‘더 좋은 태도’를 가졌다고 말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
■ “당시엔 경쟁이었지만, 지금은 맥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시대”
루니는 과거 리버풀과 맨유 선수들 간의 라이벌 관계가 잉글랜드 대표팀 분위기에 영향을 줬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당시엔 리버풀과 맨유의 경쟁이 워낙 치열했다. 베컴, 스콜스, 네빌 같은 선수들이 리버풀 쪽과 아주 친하진 않았다. 하지만 훈련과 경기에서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서로를 위한 노력은 분명했다.”
이어 “요즘 세대는 다르다”며 “필 포든과 마커스 래시퍼드가 프리시즌 전에 함께 훈련할 만큼, 소통이 자유롭다. SNS와 미디어의 발전이 선수들 간의 관계를 훨씬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루니는 “지금은 제라드와도 자주 통화한다. 이제는 서로 맥주 한잔하며 웃을 수 있는 관계다”라며 세월의 변화를 인정했다.
■ 제라드 “우린 팀이 아니었다”… “그땐 싫었다”
앞서 제라드는 '리오 퍼디난드 프레젠츠' 팟캐스트에서 당시 대표팀 분위기를 혹평했다. 그는 “우린 서로 친하지도, 팀 같지도 않았다. 잉글랜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싫었다”고 회상했다.
“리버풀과 맨유, 첼시 선수들 간의 벽이 있었다. 나는 방에서 혼자 TV만 보며 외로웠다. 대표팀에 있을 때는 내가 특별하단 느낌이 없었다. 리버풀에서는 행복했지만, 잉글랜드에서는 그저 버텼다.”
제라드는 “지금 보면 캐러거, 스콜스, 네빌이 마치 20년 된 친구처럼 보인다. 그땐 왜 우린 그렇게 연결되지 못했을까? 자존심이었을까? 라이벌 때문이었을까?”라며 자조 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 루니의 반격… “우리 세대를 실패로만 정의하지 마라”
루니는 이런 제라드의 회고에 “이건 지나친 자기부정이며, 우리 모두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말”이라고 맞섰다.
“우린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팀들에게 승부차기에서 졌다. 그건 운의 문제였다. 한 끗 차이였지, 태도나 단결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어 “현재 팀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게 과거 세대의 실패 위에 세워진 건 아니다”며 “지금 세대는 좋은 환경과 미디어의 지원을 받는다. 그건 세대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서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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