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즈와 손잡고 AI 기반 산불 대응 통합 플랫폼 개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양사는 무인기(UAV) 기술과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결합해 산불 예방부터 초기 진압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안두릴과 함께 전 세계 산불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솔루션 구축을 추진한다"며 "양사 간 무인기 분야 협력 관계를 재난 대응 및 사회 공헌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는 지난 8월 체결한 'Teaming Agreement(이하 TA)'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인기 기술 협력 기반을 다진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산불 대응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이어졌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대한항공의 무인기 기술력과 안두릴의 AI 플랫폼 '래티스(Lattice)' 간의 결합이다. 양사는 실시간 센서 데이터 분석, 화재 조기 탐지, 초기 진압까지 가능한 자율형 산불 대응 체계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래티스 플랫폼은 위성, 항공, 지상 감시망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산불 징후를 감지하고, AI가 직접 판단해 무인기를 출동시켜 초기 화재를 진화하는 구조다. 이 과정은 인력 개입을 최소화하며, 관제센터에서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대응 전략을 조정한다.
기존 산불 대응은 사람이 직접 연기를 식별하거나 신고를 받아 출동하는 방식으로, 발화 인지부터 초기 대응까지 수십 분 이상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I 기반 자동 감시 시스템은 24시간 모니터링으로 발화 직후 대응이 가능해 피해 확산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안두릴은 미국 서부 산불 대응 시스템 개선을 위해 AI 솔루션을 적용해온 기업으로, 자율 드론, 로봇 센서, 경계 감시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 국방부 및 주요 기관과 협력해왔다.
팔머 럭키 안두릴 창업자는 "대형 산불은 전 세계적으로 인명과 자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기존 소방 체계는 여전히 수동적이었다"며 "대한항공의 무인기 기술이 더해지면 화재 대응 속도와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의 무인기 운용 능력은 군사·산업 영역에서 이미 검증돼 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과 자율비행 기술을 결합한 글로벌 산불 대응 체계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 발생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해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2030년까지 최대 3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AI와 드론을 활용한 재난 예방·대응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항공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기술력을 결합한 '기술 기반 ESG 경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며 "기후 위기 시대에 항공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의미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양사는 향후 기술 개발과 함께 실제 산불 대응 시범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대형 산불 피해가 잦은 지역의 산림청 및 소방 당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AI-드론 통합 플랫폼의 글로벌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향후 AI 기반 재난 대응 솔루션, 스마트 물류·안전 관리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무인기 기술을 사회적 가치 창출과 연결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안두릴과의 협력이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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