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나란히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신청하며 ‘빅3’의 정면승부가 시작됐다.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대형사만 뛰어들 수 있는 시장 규칙 속에서, 이번 결과가 향후 자본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IMA 1호’ 타이틀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과 함께, 대형사 독주로 중소형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IMA, 증권업 자금조달의 새 판
IMA는 고객 예탁금의 70% 이상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에 투자하는 중수익 상품으로, 연 4~8%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만기에 원금을 보장해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자금조달 구조다. 발행어음과 결합되면 기존 자기자본의 200%에서 300%까지 발행 규모가 확대돼 대형 증권사의 자금 운용력이 크게 늘어난다. 다만 투자 손실은 증권사가 부담해야 하므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만 참여할 수 있다.
IMA는 2017년 도입됐으나 가이드라인 부재로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금융위원회가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다시 제도권에 편입됐다.
◇한국투자·미래에셋·NH, 서로 다른 전략
빅3의 출발선은 같지만, 전략은 각기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1호 사업자 경험을 무기로 가장 먼저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직과 책임 구조를 선제적으로 정비한 만큼 ‘안정적 운영 모델’을 내세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온 데다 발행어음 잔고만 7조4000억원에 달한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공격적 확장을 시도하며 시장 선점을 노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6500억원 유상증자로 요건을 맞췄다. 신용등급(AA+)이 경쟁사보다 높은 점을 앞세워 ‘안정성 카드’로 차별화를 꾀한다.
세 회사 모두 공식 입장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업계는 ‘IMA 1호’ 타이틀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경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대형사 독주와 구조 재편의 그림자
인가 이후 시장 지형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 ‘자기자본 8조원을 2년 연속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돼 후발 주자의 진입은 사실상 봉쇄된다. 이에 따라 빅3가 최소 3년간 독주 체제 구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더욱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IMA 시장마저 대형사 전용 트랙으로 굳어지면 자금조달 격차는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형사만 가능한 사업 영역이 늘어나면서 중소형사의 기반은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대형사에는 전략적 기회, 중소형사에는 구조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 닮은 꼴’ 증권사, 자본시장 질서 재편
현재 키움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 지정을 신청해 발행어음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IMA처럼 대형사에만 허용되는 사업 트랙이 늘어나면서 증권업계의 ‘은행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MA 인가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며 “증권사의 자금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분기점이자, 대형사 중심 구조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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