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선생님'
줄리안 무어 때문에 봤다. 이 드라마에는 아름다운 별도의 공간이 존재한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장소인 버팔로의 데번집은 낡고 지저분하고 치매 걸린 아버지가 있다. 그곳을 떠나 동생이 일하는 해픈포트섬에 도착한 며칠동안의 기야기다. 마치 니콜 키드먼의 <완전무결한 커플> 과 비슷한 설정과 구성이다. 섬에 사는 사람들, 별도의 룰, 밝혀지는 인간사의 이면과 욕망들. 완전무결한>
마치 연극 한 편처럼 이 공간에서는 꽉 짜여진 틀이 존재하고, 반복되는 삶이 펼쳐진다. 실제로 원작이 희곡이란다. 시청자는 여기에 편입되는 일이 쉬우면서도 어렵다. 이질적인 존재 언니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공간의 주인은 키키로 불리는 줄리안 무어(1960~)다. 그녀는 어찌 그리 아름답고 품위있는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존재인데 그 중에 동생 시몬을 가장 강력하게 컨트롤한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에 홀린 것처럼.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키키의 완전무결한 것처럼 보이는 삶에 균열이 찾아오고, 겉잡을 수 없다. 언니 데번과 시몬도 함께 휘말린다. 이들은 사이렌의 노래로 상대를 사로잡기도 하지만, 자신이 그 안에 갇히기도 하는 인물들이다. 그것이 완전무결하지 않은 존재가 치러내야 하는 삶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을 막장 드라마 스타일로 흥미롭게 끌어간다.
매력적인 것은 인테리어와 드레스, 정원과 바다, 만사형통 되는 시스템 같은 파스텔 공간이다. 의도적으로 연극적인, 생활감 없는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공간이 잘 어울리는, 카리스마 넘치고 아름다운 줄리안 무어. 그 매력을 흠모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마지막에는 그녀가 겪어낸 어려움들이 드러나고, 남편에 의해 주도권을 잃게 된다.
결국 이 섬에 들어왔던 세 여자의 삶은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 사이렌일 수 밖에 없었던, 트라우마가 확실했던 엄마 없이 자란 여자들. 얼마전에 읽은 <부서지는 아이들> 이 생각났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아픈 서사를 상대적으로 너무도 밝게 표현해서 슬픈 드라마다. 부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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