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문화산책100] 줄리안 무어의 '사이렌이 노래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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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향의 문화산책100] 줄리안 무어의 '사이렌이 노래 할 때'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09 05:00:38 신고

'강백향의 책읽어주는선생님'

사진 출처=넷플릭스
사진 출처=넷플릭스

 줄리안 무어 때문에 봤다. 이 드라마에는 아름다운 별도의 공간이 존재한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장소인 버팔로의 데번집은 낡고 지저분하고 치매 걸린 아버지가 있다. 그곳을 떠나 동생이 일하는 해픈포트섬에 도착한 며칠동안의 기야기다. 마치 니콜 키드먼의 <완전무결한 커플> 과 비슷한 설정과 구성이다. 섬에 사는 사람들, 별도의 룰, 밝혀지는 인간사의 이면과 욕망들.

​ 마치 연극 한 편처럼 이 공간에서는 꽉 짜여진 틀이 존재하고, 반복되는 삶이 펼쳐진다. 실제로 원작이 희곡이란다. 시청자는 여기에 편입되는 일이 쉬우면서도 어렵다. 이질적인 존재 언니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공간의 주인은 키키로 불리는 줄리안 무어(1960~)다. 그녀는 어찌 그리 아름답고 품위있는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존재인데 그 중에 동생 시몬을 가장 강력하게 컨트롤한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에 홀린 것처럼.

​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키키의 완전무결한 것처럼 보이는 삶에 균열이 찾아오고, 겉잡을 수 없다. 언니 데번과 시몬도 함께 휘말린다. 이들은 사이렌의 노래로 상대를 사로잡기도 하지만, 자신이 그 안에 갇히기도 하는 인물들이다. 그것이 완전무결하지 않은 존재가 치러내야 하는 삶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을 막장 드라마 스타일로 흥미롭게 끌어간다.

​ 매력적인 것은 인테리어와 드레스, 정원과 바다, 만사형통 되는 시스템 같은 파스텔 공간이다. 의도적으로 연극적인, 생활감 없는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공간이 잘 어울리는, 카리스마 넘치고 아름다운 줄리안 무어. 그 매력을 흠모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마지막에는 그녀가 겪어낸 어려움들이 드러나고, 남편에 의해 주도권을 잃게 된다.

​ 결국 이 섬에 들어왔던 세 여자의 삶은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 사이렌일 수 밖에 없었던, 트라우마가 확실했던 엄마 없이 자란 여자들. 얼마전에 읽은 <부서지는 아이들> 이 생각났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아픈 서사를 상대적으로 너무도 밝게 표현해서 슬픈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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