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세월은 흐르지만,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지난 3일 KBS2를 통해 전파를 탄 특집 방송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 프리퀄’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의 살아 있는 전설, 조용필의 57년 음악 여정을 한 편의 서사로 펼쳐 보였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된 KBS 대형 프로젝트 3부작 중 첫 장을 연 이번 방송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시대를 가로지르는 음악의 힘과 인간 조용필의 집요한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프리퀄'은 조용필의 음악 여정을 되짚는 동시에, 그를 기억하는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형 콘서트였다. 진행은 작사가 김이나,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 김도형이 맡았다. 이들은 조용필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12인의 게스트와 함께, 가왕의 시간 속으로 관객을 인도했다.
첫 번째 챕터에서 홍성규 기자와 임진모 평론가는 조용필의 발자취를 음악사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최초로 ‘가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 국내 최초로 카네기홀에 오른 한국 가수, 평양 공연의 선구자로서 조용필이 남긴 흔적은 곧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기 그 자체였다.
임진모는 "조용필은 결코 고여 있지 않은 뮤지션"이라며, 그가 63세에 발표한 ‘Bounce’를 언급했다. 나이를 뛰어넘어 장르를 탐험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선언이자 혁명이었다.
방송 중반부, 후배 아티스트들과 방송인들이 무대에 올랐다. 손범수, 박정현, 이수연, 조영구, 뮤지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필에게 헌정 무대를 선사했다. 박정현은 “나의 음악 인생에 깊은 자취를 남긴 뮤지션”이라며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호소력 짙은 음성으로 풀어냈고, 이수연은 국악 기반의 ‘한오백년’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흥미로운 접근도 있었다. 빅데이터 연구원 김민성, 평론가 김영대는 조용필 음악에 대한 세대별 반응을 분석했다. 그의 대표곡 ‘꿈’은 1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층의 플레이리스트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곡으로 확인됐다. 감상 키워드 상위에는 ‘사랑하다’, ‘대단하다’ 같은 단어들이 올랐다. 음악을 매개로 세대가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조용필은 단지 ‘과거의 가수’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예술가임을 보여준다.
김영대는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모나리자’ 등 1980~90년대 대표곡들을 조명하며 “조용필은 K-팝의 태동을 알린 불꽃 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조용필과 수십 년을 함께한 밴드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베이시스트 송홍섭, 프로듀서 장호서도 무대 뒤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최희선은 “완벽한 사운드 때문에 립싱크 의혹을 받을 정도였다”고 고백하며 연습벌레 조용필의 철두철미함을 증언했고, 송홍섭은 “현존하는 것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위대한탄생의 철학이 조용필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 프리퀄’은 한 시대를 정의한 목소리의 존재 이유를,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음악의 힘을 증명하는 시간이자, 본 공연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감정적 예열을 제공했다.
조용필의 대규모 콘서트가 담긴 본 방송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오는 10월 6일(월) 저녁 7시 20분,
비하인드 다큐 ‘그날의 기록’은 10월 8일(수) 저녁 8시에 각각 방영된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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