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겉으로는 계열사 분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방 건설사와 협력업체, 평범한 입주민들의 삶을 뒤흔든 불공정 구조가 자리한다. 금융계열 신탁사가 책임을 외면한 채 현장의 피해만 키웠다는 비판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분쟁은 경남 거제시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교보생명 자회사 교보자산신탁이 사업을 총괄하고 지방 건설사 유림E&C가 시공을 맡았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하자 추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지만, 준공 직전 교보신탁은 약속을 뒤집었다. 그 결과 수십억 원의 비용이 고스란히 시공사와 협력업체 몫으로 넘어갔다. 50여 개 하도급 업체가 줄줄이 자금난에 빠지고, 인건비는 밀려 현장은 멈췄다. 소규모 업체 사장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피해는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일하던 한 하청업체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며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해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탁사의 결정 한 번이 서민 가정들의 밥상과 아이들 학비로 직격탄이 된 것이다.
갈등은 경기도 용인 죽전의 ‘죽전테라스앤139’ 단지에서 절정에 달했다. 입주민들은 새벽에 몰려든 50여 명의 용역들에게 생활공간을 빼앗겼다. 관리사무소와 통로가 기습 점거되면서 주민들은 여성·어린이까지 불안에 떨었고, 일부 상가는 영업을 멈춰야 했다. 시행사 측은 “배임과 주거침입, 업무방해가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적극적인 개입을 피했다. 주민들은 “법보다 돈이 먼저인 현실을 목격했다”며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교보자산신탁은 뒤늦게 일부 공사 재개 방침을 내놨지만, 피해자들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시행사 관계자는 “10년 동안 준비한 단지가 책임 회피로 무너졌다”며 “신탁사는 보여주기식 보수만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주민들은 “우리의 집, 우리의 삶이 대기업의 장부에 찍힌 숫자보다 하찮은 존재가 된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법조계와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의 뿌리를 “책임 없는 권한”에서 찾는다. 책임준공 구조에서 신탁사는 사업 자금과 공정을 관리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리스크를 고스란히 현장에 떠넘긴다. 그 결과 가장 힘이 약한 지방 건설사, 협력업체, 입주민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감당한다.
국회가 신창재 회장을 직접 불러 세운 것은 단순한 계약 다툼이 아니라, 금융건설 권력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번 국감은 교보생명 같은 대형 금융그룹이 신탁사업을 통해 휘두르는 권한이 어디까지 정당한지, 그리고 그 권한이 지역사회와 서민 경제를 짓밟고 있지는 않은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낸다. “대기업 신탁사가 외면한 책임은 결국 우리의 삶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국회와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내일 또 다른 지역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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