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2025년 추석 연휴는 달력의 선물처럼 길다. 주말과 대체휴일이 겹치며 7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거나, 스스로를 위한 리프레시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를 따라 문화적 여정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기후 위기와 생태, 창의성과 상상력, 사회적 추상화까지. 올 추석, 전시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감각을 깨운다.
■ 예술로 묻고, 자연으로 답하다
로랑 그라소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
장소: 대전 헤레디움
기간: 2025.08.31 - 2026.02.22 (월·화 휴관)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를 예술로 직조한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가 한국을 찾았다.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과학적 상상과 예술적 직관을 넘나드는 20여 점의 작품이 공간 전체를 채운다.
특히 대표작 오키드 섬은 대만의 란위섬 위에 검은 사각형을 더한 영상 설치물로, 아름다운 자연과 불안한 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루이비통과 협업한 회화 연작 과거에 대한 고찰 역시 관람객을 예술과 패션의 경계에서 유영하게 만든다.
복원된 근대문화재인 헤레디움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전시 해설은 전용 앱에서 오디오 도슨트로 들을 수 있다.
■ 해변 따라 흐르는 생태적 감각
2025 바다미술제 언더커런츠: 물 위를 걷는 물결들
장소: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일원
기간: 2025.09.27 - 2025.11.02
가을의 부산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낭만 너머의 깊은 흐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언더커런츠(Undercurrents)’를 주제로 열리는 2025 바다미술제는 해변과 유휴공간을 전시장 삼아 보이지 않던 생태적, 사회적 목소리를 담는다.
다대포해수욕장, 몰운대 해안산책로, 옛 다대소각장 등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에는 17개국 38명의 작가가 참여해 4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거리 예술, 설치, 사운드 아트가 자연 풍광과 어우러지며 도시와 인간, 생태의 경계를 허문다. 모든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 상상력과 창의성의 놀이터
에르베 튈레 전(展) 색색깔깔 뮤지엄
장소: 서울 북서울꿈의숲 상상톡톡미술관
기간: 2025.09.03 - 2025.12.14
어린 시절의 ‘낙서’가 예술이 된다면? 프랑스 출신 그림책 작가이자 창의 예술가 에르베 튈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책놀이'의 저자인 그는 이번 전시에서 선, 점, 얼룩, 낙서 같은 시각 언어를 기반으로 130점의 회화·오브제·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상상력 자극은 물론, 체험 중심의 공간 구성도 매력적이다. ‘책놀이 공간’, ‘미디어아트 공간’, ‘창작 체험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은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동심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손과 몸을 활용한 ‘손 춤 워크숍’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 추상으로 그린 사회의 초상
마크 브래드포드 개인전 Keep Walking
장소: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간: 2025.08.01 - 2026.01.25 (월요일 휴관)
‘사회적 추상화(Social Abstraction)’란 개념을 제시한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크 브래드포드가 아시아 최대 규모로 한국을 찾았다.
전단지, 신문지, 광고지를 겹겹이 쌓고 긁어내며 만들어낸 대형 회화는 인종과 계층, 도시와 권력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 대표작 블루(2005), 설치 작업 떠오르다(Float)(2019), 신작 시리즈 폭풍이 몰려온다(2025)까지 총 40여 점이 전시된다.
관객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위를 걷거나 공간에 몸을 맡기며 작가의 질문에 응답하게 된다. 서울 도심 속 미술관에서 경험하는 도시적 감각의 재해석,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에필로그. 예술로 채우는 한가위, 그 여운]
명절은 늘 익숙함 속에 숨어 있다. 가족과의 시간, 오랜만의 귀성길, 평소보다 긴 휴식. 하지만 익숙함에 익숙해질수록, 우리에게는 새로운 감각이 필요하다. 이번 추석, 눈에 익은 고향 풍경 사이로 예술이 말을 건넨다. 기후에 대해, 사회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7일간의 연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볍게 전시장을 찾아보자. 그곳에선 기억의 미래가 열리고, 바다의 물결이 말을 걸며, 색색깔깔의 상상력과 추상의 울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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