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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수만 명의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다. 그의 상징이었던 등번호 21번은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3루 쪽 상단 전광판에 새겨졌다. 경기장 3루 쪽 게이트는 ‘21번 게이트’로 이름을 바꿨다.
이날 오승환은 외야 관중석 게이트를 통해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현역 시절 늘 울려 퍼지던 록그룹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장내에 흘러나왔다. 일찌감치 오승환의 등판을 기다렸던 관중은 자연스럽게 그를 맞이했다.
은퇴 행사가 시작되고 단상에 오른 오승환은 KIA타이거즈 투수인 양현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으로부터 공로 트로피를 받았다. 삼성 주장 구자욱은 금 21돈으로 제작한 감사패를 전달했다. 삼성 구단도 금으로 만든 선수 형상 트로피를 준비했다.
대형 전광판에는 미국과 일본에서 인연을 맺은 선수들의 영상 편지가 이어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함께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는 “함께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지금도 세인트루이스에서 뛰고 있는 놀런 아레나도는 “너는 언제나 최고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표로서 인연을 맺었던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세 나라에서 모두 성공한 선수, 어린 선수들에게도 본보기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에서 투수코치로 오승환과 함께 했던 오치아이 감독은 깜짝 방문했다. 그는 “21년간 고생 많았다”고 웃으며 격려했다.
오승환은 직접 준비한 고별사를 끝내 읽어 내려가다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지난 3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언급하며 “오늘따라 유난히 어머니가 보고 싶다. 하늘에서도 함께하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생전에 좋아하신 꽃을 많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로 남는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마운드 위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가르쳐주신 아버지 덕에 오늘의 오승환이 있었다”고 한 뒤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순간에는 환하게 웃었다. 오승환은 유니폼을 벗어 구단에 전달한 뒤 관중석을 향해 천천히 걸으며 팬들과 눈을 맞췄다. 후배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오승환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은퇴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화려한 불꽃놀이였다. 오승환의 요청으로 구단은 ‘밝은 음악’을 틀었다.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였다. 오승환이 ‘야구장을 떠날 때 팬들과 마지막에 함께 하고 싶은 노래’라며 직접 선택한 음악이었다.
오승환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라팍’ 하늘에서 터진 화려한 불꽃은 화려했던 선수 인생을 다시 한번 팬들 마음에 새기기에 충분했다.
누구보다 차갑게 마운드를 지켰던 ‘끝판대장’이었지만 팬들과 함께 한 마지막 순간의 눈물과 환호는 그 어떤 것보다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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