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로 이것저것 찾아본다. 단순히 단어의 정의부터 논문 그리고 아마추어 전문가의 블로그와 AI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휘몰아치는 웹은 리서치라는 목적 아래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가끔은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하루가 마무리될 정도로 웹에서의 서치는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다.
최근 리서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 단순한 찾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어디서 오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지금보다 어린 시절 관심 있는 연예인을 찾아보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정 연예인의 팬인 적은 없지만 종종 재미있게 본 드라마 속 배우들의 더 다양한 면모를 즐기기 위해 웹에서 서핑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뜬금없이 ‘새로운 도시락 레시피’나 ‘옷 리폼하기’ 같은 정보들을 습득하기도 했다. 그것들이 얽히고 엮여 나에게 리서치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리서치에 단계가 어디 있겠냐만은 나에게 누군가 가장 기초적인 리서치를 물어본다면, 주로 기사와 블로그를 찾아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 카테고리의 기사는 사회가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으며 관련된 정책과 수치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그와 조금은 다르게 블로그는 더 날 것의 생각을 읽거나, 키워드나 정보를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를 살펴볼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지만 나에게 분명 더 흥미로운 것은 블로그다.
블로그에서 나는 종종 세미전문가 또는 현장 전문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정보들은 다람쥐의 도토리 같다. 가끔은 블로그의 주인인 그들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정보의 양인 경우도 있으며, 사회에서 분리해 놓은 것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분류 방식을 갖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블로그는 한국의 다양한 조각 작업을 모으는 블로그다. ‘건축물미술작품제도’ 때문에 흘러 들어간 그 블로그에는 도시의 다양한 조각들이 모여 있는데, 건축물미술작품제도로 설치된 작품들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닌 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거의 모든 조형물과 조각작업을 함께 모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단 한 명의 사람이 그 많은 양을 촬영하고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외에도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만의 것을 쌓고 공유한다. 그들의 아카이빙을 보고 있으면 웬만한 작업 못지않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렇듯 나의 리서치 방식은 웹이라는 곳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나의 리서치를 조금 멀리서 생각해 보게 되면서 다른 작가의 리서치 방식과 단계가 궁금했다. 그러던 와중 최근 다른 작가님의 리서치 겸 인터뷰에 동행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될 만한 여러 공간을 컨택하여 인터뷰를 요청했다.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이들의 말은 어떤 텍스트 파일보다 가치가 있게 느껴졌고 그곳에서 직접 깎아주시는 과일들을 먹으며 듣는 이야기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공기의 냄새와 습도를 통해 새로운 주제를 아주 가까이 느껴지게 했다. 또 다른 예로 최근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도 리서치를 하고 공유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공유하기 위한 리서치에서는 많은 경우 논문과 보고서가 중심이 될듯하지만 잠깐 펼쳐본 그 파일들에서 느껴지는 퀄리티가 아무래도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다양한 리서치를 경험하며 리서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보다 리서치를 어떻게 작업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가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쉽거나 어렵게 접한 그 정보들이 작업의 재료나 소스가 되기 위해서 내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무엇일까. 단순한 아카이빙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서 리서치를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날이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