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가난한 예술가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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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가난한 예술가의 기회

문화매거진 2025-09-30 13:16:18 신고

▲ 온라인으로 주문해 만든 작은 나무 책상 / 사진: 강산 제공
▲ 온라인으로 주문해 만든 작은 나무 책상 / 사진: 강산 제공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인사동 거리는 언제나 흥미롭다. 수많은 작가가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내보이며 거리를 채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날 때면 어김없이 인사동을 찾는다.

그곳의 전시 풍경은 늘 빠르게 바뀐다. 아마도 대관 비용 탓에 장기 전시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일, 그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그 모습을 통해 절감한다. 하지만,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언젠가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싶어 사이트를 꼼꼼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 팔로우하던 작가들이 아트페어 참가 소식을 SNS에 올릴 때마다 나 역시 언젠가는 그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었다. 

대규모 페어 한 귀퉁이에 내 그림 한두 점이 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것 같았다. 기대와 설렘으로 신청 메뉴를 눌렀다. 그런데, 참가비.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0’이 왜 이리 많은 것일까.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아이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아이 셋을 키우며 늘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는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을 위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가장 저렴한 옵션을 확인하니 벽 하나 전시가 백만 원 남짓.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며칠을 망설이다 결국 신청하지 못했다.

얼마 뒤 어떤 다른 아트페어를 발견했는데 참가비가 공개되지 않아 작은 희망을 품고 주최 측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차갑지만, 현실적인 충고였다.

“앞으로 활동을 이어가시려면 아트페어에 여러 번 참가하셔야 합니다. 그때마다 비용은 상당히 들 수밖에 없어요. 저희 아트페어도 참가에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만약 이번에 한 번만 참가하실 생각이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참여로는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까요.”

무력감이 밀려왔다. 큰마음 먹고 한 번쯤 도전하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그것조차 무의미하다니. ‘아쉽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속상하고, 또 속상했다. 그 뒤로 나는 일부러 아트페어 관련 글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참가할 수 없다면 잊어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어느 주말, 아이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작은 나무 책상과 자개를 주문해 꾸몄다.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옻칠까지 더하니 제법 그럴듯한 작품이 되었다. 아이들이 만든 것이라 더욱 귀했고, 나름의 품격도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작품 갖고 인사동으로 가자! 우리가 아트페어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기회는 스스로 만들면 되는 거야!”

가격을 정하는 과정은 아이들과의 작은 토론장이 되었다.

“얼마에 팔 거니?”
“천원!”
“재료 값은 받아야지. 네가 천 원을 벌고 싶으면 재료비에 천 원을 더해야 해.”
“재료비가 얼마 들었는데?”
“만 원은 들었지. 자개가 얼마나 비싼데.”
“그럼 난 9천 원!”
“진짜? 재료비가 만 원인데? 9천 원이면 오히려 손해잖아. 거슬러줄 돈은 있어?”
“없어.”
“그럼 그냥 만 원 하자.”

우리는 부랴부랴 짐을 싸 들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고맙게도 마음씨 좋은 분들이 아이들을 ‘작가님’이라 불러주며 작품을 구입해 주었다.

그 경험 속에서 다시금 절감했다. 인간 사회의 모든 활동은 경제와 분리될 수 없으며, 예술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예로부터 그래왔겠지만, 오늘날 그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비용은 높아지고, 진입 장벽은 두꺼워진다. 자본 없이는 누구도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구조.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은 실험에서 답을 찾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난한 예술가가 살아남는 길이자, 예술을 지탱하는 진정한 인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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