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올해 초, 과거부터 갖고만 있던 주택청약을 해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재료비 부족이었다. 주택청약이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들 갖고 있는 거 같아 해지 전까지 은행 앱을 들락날락거리며 몇 번이고 망설였다. 청약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크지는 않았지만, 당시 필요한 재료비로는 충분한 돈이었다. 작업을 이어간다면 뭘 해도 미래에 내 집을 갖기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어느 날 갑자기 주택청약을 해지해버렸다. 그 돈이 재료비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요 몇 년간 1년짜리의 계획 같은 전시와 같은 목표를 제외하고는 큰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 이루고 싶거나 갖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런 소망과 소원들이 다 욕심 같게 느껴졌고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을 굳이 명확한 말로 생각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서 저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스스로 이상하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평소에는 기피하다시피 했던 은행 앱과 부동산 앱을 깔아 대담하게 정보를 구경했다. 택도 없는 그 금액들은 눈에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내 것이 될 리가 없는 그 기분은 모래 한 움큼을 주먹으로 꽉 쥐는 것처럼 결국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게 했다. 내가 돈을 또는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몇 년 전, 회사를 다니는 동생이 월급의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다고 했을 때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함께 활동하는 많은 작가가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도 그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도 될 것만 같았다. 물론 내가 그들의 사정을 다 알지 못해서 일어난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노후 준비보다 더 자주 들리는 소리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런 대화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저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는가.
평일, 서울 한복판에서의 미팅, 특이한 옷차림의 지인, 아무도 모르는 카페, 한적하고 잔잔한 노래가 나오는 카페 이것이 나의 일상이다. 나는 바쁘게 걸어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무도 나에게 출근을 재촉하지 않고 아침 기상 알람에 조금 늦더라도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법으로 내 마음만 진정시키면 된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다시 새벽에도 나는 계속 어디론가 향하고 가게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가끔 보이는 점심시간의 회사원들과 출퇴근 길의 회사원을 만나면 나와 그들은 완벽히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에 대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디론가 향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않으면서 괜찮은 노후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했지만 이제는 조금 욕심을 부려봐야겠다. 내년의 나에게 뭔가 새로운 어른스러움을 기대하며 나는 내가 바라는 삶을 상상해 본다.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안락한 방이 있는 집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들을 언제든지 선물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겨울이 되면 목도리를 사주고 여름이 되면 물안경을 사주는 그런 삶을 나는 살고 싶다. 그 정도만 되면 신상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좌절할 일도 “하하하”하고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돈을 벌고 싶어졌다.
미래를 생각하는 내 마음으로 인해 어쩌면 내년에는 작업하는 시간이 다른 시간과 함께 활용될 수도 있겠지만, 내 삶을 더 멀리 보게 된다는 건 작업을 더 사랑하게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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