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표를 들고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7번째에 한국이 적혀 있다.(사진제공=AFP 연합뉴스) 하상기 기자
2026년부터 세계 경제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이른바 ‘지경학적 분절화(Fragmentation)’ 시대의 개막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화가 자유무역과 자본의 흐름을 통해 국가 간 상호 의존을 심화시켰다면, 이제는 국가 간의 경쟁이 갈등으로, 협력이 약탈로 바뀌고 있다. 강자는 약자에게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투자와 자원 제공을 강요하며, 국제 시장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은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전쟁의 일상화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기업들의 신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시작점이다.
지경학적 분절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되었고,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트럼프 2.0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에게조차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기존의 합의를 무력화시켰다. 이는 단순한 무역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사실상 식민지 시대의 약탈 경제와 다름없는 행태다.
미국은 무역 적자를 줄이고 내수 생산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타국에 투자와 구매를 강요하며, 자유주의적 국제 경제 질서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단절되고, 세계 경제는 성장 경로를 잃어버린 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전쟁과 국방비 증액, 방위산업의 성장
전쟁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방위산업은 역설적으로 최대의 수혜자가 된다. NATO는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기존 2%에서 5%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고, 한국 역시 국방비 예산을 전년 대비 8.2% 늘렸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1%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방비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프랑스의 IMF 구제금융 검토, 독일의 3년 연속 역성장 등 경제적 난관에 직면했지만, 방위비 확대만큼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이로 인해 방위산업 규모는 급팽창하고 있으며, 대만 해협과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될수록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분절화의 그림자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방위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신흥 블록의 등장과 한국 경제의 과제
세계는 이제 하나의 지구본이 아니라, 다수의 블록으로 쪼개지고 있다. 중국은 인도, 러시아와 손을 잡으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으며, 브릭스 국가들의 연대는 더 이상 이념이나 역사적 갈등에 구속되지 않는다.
경제적 실리를 위해 손을 잡는 새로운 조합이 등장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제적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이 같은 분절화된 세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인가다. 미중 무역에 40% 가까이 의존하는 수출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원 빈국으로서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의 확보도 외교적 과제로 떠올랐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다변화 전략이 불가피하다.
▲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회담
저성장 고착화와 불확실성 대응 전략
IMF는 2025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태로운(Tenuous)’ 회복이라 진단했다. 이는 언제든 지정학적 변수에 의해 끊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 세계 경제는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제는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경기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성장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며, 각국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역시 수출 주도형 성장의 공식에서 벗어나, 자원 외교 강화, 신시장 개척, 기술 혁신을 통한 내수 진작 등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경학적 분절화 시대는 위기의 시대이자 동시에 기회의 시대이다.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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