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0일 배임죄가 과도한 경제 형벌로 작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 배임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 협의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며 "경제형벌의 민사책임 합리화는 국민 권익과 민생 경제를 위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 범죄의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입법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 경제형벌과 민사책임 합리화를 함께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기업경영 활동을 옥죄는 요인으로 지목된 배임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선의의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형벌은 경감하되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하겠다. 경미한 의무 위반 사항은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행정 제재로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은 행정제재를 먼저 부과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는 김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권칠승 TF 단장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정부 측에서는 구 부총리,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된 범죄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배임죄는 회사 임원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 판단을 내렸을 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는 회사 자산을 부당하게 처분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 기회를 활용하는 등의 행위가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배임죄는 '임무위배 행위'와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단순한 경영 실패인지 범죄 행위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 경영진들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나 혁신적 의사결정을 꺼리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배임죄 폐지는 형사처벌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영 판단의 실패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금전적 배상 책임만 지게 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배임죄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거나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주로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회사법상 책임으로 다루고 있으며, 형사처벌은 횡령이나 사기 등 명백한 범죄 행위에 국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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