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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당정이 30일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두고 협의를 진행한다. 여당 원내지도부와 정부 모두 배임죄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이날 배임죄 폐지 방침이 전격적으로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협의를 진행한 후, 경제형벌 1차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관심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려 ‘추가 논의’가 유력했던 배임죄 개선과 관련해, 정부가 폐지를 강력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수용할 경우 이날 전격적으로 ‘배임죄 폐지’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가운데, 재계에선 그동안 줄기차게 형법상 배임죄 폐지나 완화를 요구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배임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해 온 상황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김병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배임죄 폐지’ 필요성 주장에 제기됐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배임죄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제기되며 폐지보다는 완화에 무게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형법 355조 2항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돼 있는 ‘배임죄’ 조항을, 고의성을 요하는 대법원 판례 수준으로 구체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에 대한 잘못된 수사 개시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다수 의견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배임죄 완화’엔 국민의힘에서도 상당 부분 동의가 이뤄진 상태였다.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재계의 요구를 반영해 배임죄 완화 입법을 주장해 온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고, 22대 국회에서 송석준·고동진 의원도 배임죄 완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여야가 모처럼 의견 일치를 이룬 듯하던 배임죄 관련 논의는 민주당이 완화가 아닌 ‘폐지’로 방향을 틀면서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게 됐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의 ‘경제형벌 합리화’ 방향에 맞춰 수사기관에 의해 악용 소지가 있는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고 민사책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당 내부의 이견에도 김병기 원내대표가 직접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을 ‘이재명 구하기 목적’이라고 보고, 결사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백현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임무를 위배해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을 줬다’는 내용의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배임죄 폐지 시 관련된 기소 혐의는 면소가 유력하다. 반면, 완화될 경우엔 재판은 추후 그대로 진행된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배임죄 폐지는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오너와 경영진만을 위한 면책일 뿐”이라며 “배임죄가 폐지되면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돼 있는 부분이 죄가 안 되는 ‘면소’ 결과를 가져온다”고 맹비난했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배임죄 폐지 주장 자체를 반박했다. 그는 “상장회사 A회사의 대표이사가 자기 부인이 만든 회사에 A회사의 1000억원짜리 핵심기술을 1억원이라는 헐값에 팔아넘길 때 대한민국 형법상 처벌하는 죄가 배임죄”라며 “이걸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문명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자체가 ‘허위조작기소’라며 이를 배임죄 폐지와 연결 짓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은 “한 전 대표가 배임죄를 악용하고 남용했던 정치검사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논리도 없이 정쟁만 쫓고 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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