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화실을 구했다고요? 상가건물이라던데 마련할게 많겠네요. 페인트칠은 맡겼나요?”
“아니요, 제가 합니다.”
“입주청소는 업체가 해주나요?”
“아니요, 제가 합니다.”
“수업도 염두에 두실텐데.. 커튼이라든가 인테리어는 맡기셨죠?”
“아니요, 그것도 제가 합니다.”
유정의 이사 소식을 접한 몇 안되는 이들과는 비슷한 대화가 이어졌다. ‘제가 합니다’라는 것은 내 체력과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기술로 가능하다는 판단이었고, 하루에 서너 시간씩 열흘 동안 진행하면 무리가 되지 않는 스케줄이었다. 하나하나씩 하면 해결되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이사 온 지 일주일이 되었고, 해결하고 마련하고 아직 정리 중인 것들 사이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제법 안정되었고,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찾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가도 불과 열흘 전 흰색 페인트가 튄 얼굴로 돌아다니던 때를 떠올리니 헛웃음이 났다. 벌써 페인트칠부터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스스로도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싶은데 이 말 한마디 되뇌며 가능했던 것 같다.
“이 정도는 해내야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지.”
폐허 같던 공간에 같은 시간, 같은 걸음으로 성실히 드나들던 발걸음이 바로 그 원료였다. 성실함, 꾸준함, 반복 따위의 고루한 인내로 이뤄낸 것들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기에 그만둘 수 없었다.
사실 그 인내는 작업에 더 성실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더 몰입하여 붓질이 깊어 보이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그 혼잣말이 페인트칠과 물청소를 하며 흘려보내는 액체들에 범벅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얼룩덜룩 먼지로 깨끗하지 못했던 차림새가 부끄러울 수 없었다.
오늘은 테이블을 닦고 접시와 붓들을 그 자리에 놓았다. 이제 나머지는 작업하며 정리될 것들이다. 그것들을 찬찬히 보며 접시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붓대들이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소원했다. 유정이 이곳에서 한층 더 깊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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