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닉 가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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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닉 가구의 재발견

더 네이버 2025-09-29 13:52:52 신고

왼쪽부터 마르셀렝 보예, 조란 샤포.

대를 이어 장인 정신을 지켜온 프랑스의 두 브랜드가 만났다. 피에르 샤포의 아이코닉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가구 브랜드 샤포 크리에이션(CHAPO Création)과 럭셔리 패션 하우스 이브 살로몬(Yves Salomon)이 협업해 새로운 가구 에디션을 출시한 것이다. 2024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처음 공개된 가구 컬렉션이 한국을 찾았다. 9월 12일부터 30일까지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 디에디트는 피에르 샤포의 대표 가구와 이브 살로몬 에디션으로 채워졌다. 협업 에디션에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를 위해 디자인한 L01 데이 베드, 샤포의 대표작인 S11 의자, S10 암체어, 독창적 구조의 S31 스툴, D19 암 램프 등 다섯 가지 모델이 포함된다.


느릅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단단한 나무의 고유한 결을 살린 가구와 화려한 색감의 모피, 가죽 컬렉션으로 알려진 패션 디자인의 조합을 선뜻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접착제 없이 나무를 체결하는 샤포의 정교한 구조와 직물 조각을 엮어 패턴을 만드는 이브 살로몬의 인타르시아 기법에서 두 브랜드의 연결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시 오프닝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샤포 크리에이션의 디렉터 조란 샤포(Zoran Chapo)와 이브 살로몬의 프로젝트 디렉터 마르셀렝 보예(Marcellin Boyer)에게 도전적인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청했다.

1 이브 살로몬의시어링을 더한 S11 체어. 2 협업 에디션의 정수가 담긴 S10 암체어. 3 L01 데이 베드에 덧댄 텍스타일 패턴.
 

그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에디션을 선보였는데, 한국에서 처음 전시를 여는 소감을 듣고 싶다.
보예 한국은 규모가 큰 패션 시장이기에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인은 재료 품질과 수공예, 장인 정신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이번에 서울의 거리와 레스토랑, 콘셉트 스토어 등에서 많은 예술 작품과 디자인 피스를 발견했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적 유산이 풍부한 나라에서 가구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뿌듯하다. 패션 소비자와 일상 속 예술을 나누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샤포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과 협업해왔고, 매년 성장세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인데, 가는 곳마다 근사한 디자인 피스를 발견했고 한국 사람들이 유러피언 디자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확인했다. 그렇기에 샤포의 작업을 직접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이브 살로몬 팀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살로몬과 보예 디렉터 모두 샤포의 가구를 소장하고 있어 논의가 수월했다던데.
보예 차이가 있다면 살로몬은 빈티지 가구 컬렉터로서 샤포의 빈티지 가구를 오래 수집했고, 나는 새 제품을 갖고 있다. 우리 둘 모두에게 매력적인 점은 샤포의 모든 제품이 프랑스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를 이어 프랑스에서 직접 생산하는 가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샤포 우리 공방에서 먼저 나무로 구조를 제작해 이브 살로몬에 보낸 뒤 결과물을 기다렸다. 몇 주 동안 기다린 끝에 처음 사진을 받았을 때 아름다운 결과물에 깜짝 놀랐다. 


샤포 크리에이션은 할아버지의 작품을 이어 생산해오고 있다. 피에르 샤포의 디자인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샤포 샤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멀리서 보고 단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과 정교한 구조에 감탄할 것이다. 모든 제품의 제작 과정과 디테일이 다르므로 상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동시에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는 샤포의 가구가 산장에 어울린다고 하지만, 뉴욕의 펜트하우스나 이곳 디에디트 같은 콘크리트 건물에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또한 가볍고 견고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빈티지 가구 거래가 활발하고, 최근 여러 경매장에서 재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브 살로몬 스튜디오는 왜 여러 분야 가운데 가구에 도전했나?
보예 먼저 이브 살로몬은 엄청난 가구 컬렉터다. 협업이 성사되기 몇 달 전부터 그와 가구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패션 컬렉션 작업이 끝나면 자투리 자재가 다량 발생한다. 그걸 활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2019년에는 남은 자재로 ‘피스(Pieces)’라는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재의 품질이 아주 좋으므로 이번에는 가구에 활용하기로 했다.


샤포 측은 이브 살로몬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샤포 오랫동안 가구를 다른 관점으로 선보일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나무 옵션이나 컬러 가죽 조합 등 과감한 방안을 고민했다. 그러던 차에 살로몬 스튜디오의 연락을 받았다. 적절한 시기에 완벽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가구와 패션은 전혀 다른 분야다. 이번 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보예 옷은 가능한 한 부드럽고 가볍게 만들어야 하지만 가구는 튼튼하고 구조도 견고해야 한다. 그래서 세 겹으로 직조하는 기법을 새롭게 개발했다. 단순히 시어링(양가죽의 일종으로, 한 면은 양털, 한 면은 매끈한 가죽으로 이뤄진다)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가운데 소가죽을 넣고, 뒷면에는 앞면과 같은 패턴의 양가죽을 사용한 것이다. 길고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멋진 결과물을 완성했다. 공방의 장인들은 실험가라 늘 새로운 기술을 찾고자 한다. 샤포 사실 우리에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동일한 구조물을 만들었다(웃음). 다만 살로몬 공방 직원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즐거웠다. 돕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려움은 그들 몫이었다.


샤포의 다양한 가구 컬렉션 중 5개 모델을 선정한 기준은?
샤포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먼저 대중이 한눈에 알아보고 이해할 만한 아이코닉 모델일 것. 또 하나는 샤포의 철학을 유지해야 하므로 목재 구조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협업자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가죽, 패브릭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보예 동시에 램프, 암체어, 스툴, 데이 베드 등 전체 컬렉션으로 거실을 꾸며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모든 작품 사이의 조화가 중요했다.


완성되기까지 기간은 얼마나 소요됐나?
샤포 꽤나 빨랐다. 공방 규모가 작은 데다 주문 제작 방식이라 평소에는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들은 패션계 종사자들 아닌가(웃음). 작업 속도가 원체 빠르고, 밀라노 디자인 위크라는 기한이 있었기에 몇 개월 만에 완성했다. 보예 우리와 협업한 디자이너들이 빠른 속도에 놀라지만, 패션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매년 패션 위크에 맞춰 컬렉션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3개월로 예상했지만 첫 가구 작업은 큰 도전이었고 결국 4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샤포 사실 우리가 여전히 나무 구조물을 만들 때 살로몬 팀은 이미 패턴을 디자인하고 직물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패턴 디자인 방향은 어떻게 정했나?
보예 목표는 다이내믹한 컬렉션이었다. 시어링은 양털 가죽이라 시각적으로도 무거워 보인다. 만약 샤포의 목재에 짙은 갈색을 더하면 산장용 가구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는 현대적이고 역동적이면서 가벼운 디자인을 완성하기로 했다. 이브 살로몬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타마라 타이크만이 자투리 천 가운데 화려한 색을 골랐고 나는 패턴을 그렸다. 


그렇다면 협업 컬렉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보예 S10 암체어를 고르겠다. 샤포 마찬가지다. 처음 살로몬 팀에게 암체어 사진을 받았을 때 컬러 조합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웠고 착석감도 편안했다.보예 더불어 암체어에서 협업의 모든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면은 시어링 소재, 뒷면은 양가죽에 블룸즈버리 그룹 풍의 패턴이 있다. 블룸즈버리 그룹의 작업에서 늘 영감을 얻기 때문에 이 패턴을 특히 좋아한다. 목재와 컬러의 조화도 마음에 든다. 


이 컬렉션을 보고 할아버지인 피에르 샤포는 어떻게 반응했을 것 같나?
샤포 밀라노, 파리, 뉴욕, 서울 등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는 사실에 기뻐하실 것 같다. 그는 공부하고 일했던 미국을 정말 좋아했고, 아시아 중 일본 목공예가들에게서 기법의 영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이런 화려한 컬러는 그에게도 익숙한 조합이다. 조부모님은 함께 일했는데, 할머니가 화려한 색 조합의 카펫을 많이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강렬한 색의 테이블을 제작하기도 했고. 


앞으로 예정된 컬렉션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보예 올해 두 가지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처음 공개한 피에르 마리 컬렉션은 파리 디자인 위크 전시로 이어졌다. 또 오는 10월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 디모레 스튜디오와의 두 번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매년 새로운 협업 컬렉션을 출시할 계획이며, 내년에도 밀라노에서 다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소개할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이브 살로몬 홈’과 같은 우리만의 컬렉션도 준비하고 싶다. 샤포 아직 브랜드를 밝힐 수 없지만 내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새로운 협업 에디션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샤포 매뉴팩처를 론칭해 소량 제작이 필요한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가구를 만들고 있다.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 첫 번째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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