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초록우산
한 아이가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이 아이 곁을 지키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위탁부모’다. 그러나 수술 동의서가 위탁부모의 눈앞에 놓이는 순간, 이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자격이 없는 타인이 된다. 법률상 ‘동거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그 순간, 연락조차 닿지 않는 ‘진짜’ 부모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수소문이 시작된다. 이 장면은 어쩌다 발생하는 행정적 실수가 아니다. 이는 법적인 공백 상황에서 개인의 희생에만 위태롭게 의지해 운영되고 있는 우리 가정위탁 제도의 모순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가정위탁아동 보호제도는 막중한 책임만 지울 뿐, 단 한 줌의 권한도 허락하지 않는 ‘투명인간 보호자’와, 분명 따뜻한 가정은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3,476명의 국민에게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러한 비상식적 현실에 우리 사회가 공감하기 어려워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는 현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을 마련하여 이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을 엮어내야 할 때다.
현행법상 위탁부모는 아이의 실질적 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후견인’이 아닌 단순 ‘동거인’으로 취급된다. 여기서부터 모든 비극이 시작한다. 아이 앞으로 온 장학금을 관리할 통장 하나 개설할 수 없고, 전학이나 입학 절차는 번거롭기 짝이 없으며, 무엇보다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적 동의를 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공백을 만든다.
앞서 언급한 맹장염 수술 사례를 제시하자, 응답자의 무려 84.3%가 ‘매우 불합리하다’ 혹은 ‘불합리하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현재의 법체계가 우리 사회가 가진 기본적인 책임 및 돌봄에 대한 상식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문제 진단을 넘어, 이제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논의할 때다. 고립된 희생 시스템을 연결하고, 전문적이며 기술 기반의 지원 체계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정위탁 특별후견인’ 제도를 도입하여 위탁부모에게 합당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친권 공백’ 상태를 벗어나 아이의 일상적인 양육과 복리를 위해 필수적인 권한을 제한적으로 위임하는 제도이다.
새로운 시스템의 중추는 ‘가정위탁 동행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위탁부모 확인증’이다. 병원에서 스마트폰의 QR코드 스캔 한 번으로 위탁부모가 가진 ‘특별후견인’의 의료 동의 권한이 실시간으로 증명되어, ‘서명하지 못한 동의서’의 비극은 더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 플랫폼은 모든 지원금을 원스톱으로 신청하고, 법률・의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즉시 연결하는 맞춤형 지원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플랫폼은 우리 사회에 잠재된 선한 의지를 행동으로 이끄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78.8%가 위탁가정을 위한 경제적 후원을, 86.4%가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한 재능기부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플랫폼은 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통로가 될 것이다.
문제를 진단했고, 국민의 뜻을 확인했으며, 해결책을 설계하였다. 남은 변수는 오직 제도 개선을 실현하려는 의지뿐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 우리의 ‘투명인간 보호자’들을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보이게 하고, ‘서류상 혼자인 아이’들에게 법적인 가정을 선물하며, 이 시대의 기술로 모든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스마트하고 따뜻한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 낼 때이다.
현장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제도의 한계점과 실질적 변화를 논의하고자, 오는 11월 7일(금) 국회에서 「가정위탁 보호제도 실질화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한다. 토론회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가 가정위탁 제도 개선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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