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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2025년 9월 16~18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이 8%,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를 얻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각각 4%, 김민석 국무총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각 3%로 그 뒤를 이었다. 기타 응답 외에 58%는 답하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선다형(객관식)이 아닌 자유응답식(주관식)으로 진행해 응답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기도 했지만 현 대통령 임기가 시작한 지 고작 100일이 지난 시점이라 당황한 유권자가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 보수성향 차기 대권주자 조사를 정례로 하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도 있는데 대체로 위와 비슷한 순위를 나타냈다.
이러한 현상은 대통령실에서도 반가울 리 없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은 일견 반가울 수 있겠지만 당사자들에게도 딱히 이로운 일은 아니다. 마라톤처럼 초반에 선두권에 이름이 올린 정치인이 대권을 잡은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김무성 당 대표가 줄곧 1위를 달렸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총리가,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이 1위를 달렸는데 집권 후반기에는 대통령 레임덕과 함께 지지율이 가라앉으며 모두 대권을 잡지 못했다.
2022년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야권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 전 법무부 장관에게 공세를 퍼부었는데 일부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한 전 장관이 언급되는 것을 근거로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당시 이병훈 민주당 의원이 비판했고 한 전 장관은 “조사 대상에서 저를 빼달라 말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당시 이 의원이 “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고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추가 질의하자 한 전 장관은 “그것이 정치적 도리까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에 공문을 보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할 수 있고 아주 간혹 빼달라고 하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거의 없다.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이름이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올라가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고 소위 ‘부고’ 빼고 언론에 이름 올리는 건 무엇이든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생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선 여론조사 문항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공식입장을 밝힌 정치인으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있다. 지난 2월 19일 우 의장은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 다음으로 비교적 주목받을 만큼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었음에도 “비상계엄 이후 제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 대선 행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늘 이후로는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에서 저를 후보로 거론하지 않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고 조사기관들은 대부분 조사에서 우 의장을 배제한 바 있다.
곧 추석이다. 머지않아 각 언론사들이 추석 특집 여론조사를 쏟아낼 텐데 아마도 주된 주제는 집권 100일이 지난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일 것이고 거기에 차기 대권 여론조사 문항을 추가하는 언론사들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갤럽이 그 둑을 무너뜨렸기 때문인데 문득 차기 대선에서는 집권 초 1위가 대권을 잡는 전례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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