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총파업?'…은행권 "업무강도 높고·근로자 삶의 질 향상에 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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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총파업?'…은행권 "업무강도 높고·근로자 삶의 질 향상에 총대"

한스경제 2025-09-28 18:04:40 신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3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금융노조는 은행원들이 상대적으로 긴 근로시간·보수적인 조직문화·서비스업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업무강도가 높으며 단축근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은행권에서 임금 인상과 근무일수 단축을 전면에 내세워 총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노조는 26일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을 진행했다. 은행권 총파업은 지난 2022년 9월 이후 3년 만의 일로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1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바 있다. 

주요 은행권 총파업 참여 현황을 보면, IBK기업은행이 147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약 100명,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50여 명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진행된 노조 찬반 투표에서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투쟁의 핵심 요구는 △임금 인상(3.9%)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이다. 특히 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은 장시간의 노동구조를 바꾸고 저출생·돌봄·삶의 질 문제와 같은 국가적 과제를 풀어낼 실질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사측은 4.5일제 근무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으며 임금 인상률은 2.4%를 제시한 상태로 노조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총파업에 나선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2000년 총파업으로 주5일제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25년 만에 노동시간 단축 주 4.5일제를 쟁취하는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아어 백지노 IM뱅크대구은행지부 위원장은 "비상식적 소비자의 민원은 늘고 있는데, 부담과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지라고 한다"며, "오늘 쟁의는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가족과 사회를 굳건하게 만들기 위한 행위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우리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현실을 바로잡고 정당한 보상과 실질임금을 쟁취하기 위해 총력 투쟁한다", "주4.5일제를 도입하여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노동자의 삶과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총력 투쟁한다", "정년을 연장하여 고령화 시대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누구나 안정된 미래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 총력 투쟁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측을 압박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9월 10일 오후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주4.5일제 도입이 가능한 사업장은 노사 자율로 주4.5일제를 조속히 시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제공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9월 10일 오후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주4.5일제 도입이 가능한 사업장은 노사 자율로 주4.5일제를 조속히 시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제공

실제로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85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1708시간 보다 151시간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요 31개국을 대상으로 시간주권(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수준)을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많은 반면에 가족시간은 31개국 중 20번째로 적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매년 이자이익을 통한 역대급 실적을 시현하고 있으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파업에 따른 영업점 영업공백에 금융 소비자 불편까지 우려되면서  일부에선 '배부른 총파업'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1490만원에 달하며 주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상반기 평균 급여는 6350만원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전자(6000만원)나 현대자동차(4500만원)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은행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급여 현황. /자료=각 사, 표=이성노 기자
2025년 상반기 은행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급여 현황. /자료=각 사, 표=이성노 기자

이에 현장을 누비는 은행원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무 강도와 환경을 보면 현재의 평균 연봉은 절대 큰 액수가 아니며 근무 단축(주 4.5일제 도입) 요구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을뿐 아니라, 단순히 금융권을 넘어 3000만명에 달하는 전(全) 산업군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과거 주 5일제에도 앞장섰듯이 이번에도 총대를 메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중의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고액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강하다"며,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공공의 역할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내부적으로도 재무적 성과에 신경을 써야 하며 서비스업 특성상 항상 을의 입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외부에 비춰지는 만큼 절대로 쉽게 돈을 버는 산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이든 본점이든 야근은 다반사이다"며, "특히 영업점의 경우에 고객 서비스 시간이 지나면 대출 심사나 보고서 정리 등 처리해야 할 개인업무가 많아 칼퇴근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은행권은 과거 주 5일제 근무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며 이재명 정부도 주 4.5일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은행권이 전 산업의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총대를 메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소비자의 '돈'을 만지는 직군이다 보니 타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직문화가 엄청 보수적으로 상명하복 문화가 많이 남아 있고 업무 강도 역시 세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특히 영업점의 경우엔 실적 압박과 함께 고객 응대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국노총과 간담회를 통해 “주 4.5일제 도입으로 저출생과 저성장이라는 시대적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해법이다"며,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약 20년 전 주 5일제가 사회 전반을 바꿨던 것처럼 이번에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주 4.5일제는 이미 국민 앞에 약속한 과제로 대통령 역시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정부가 과감히 정책을 추진하고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 4.5일제 도입 요구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국가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고약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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