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 대부’ 전유성(76)이 후배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 7월 초 폐기흉 시술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치료를 이어오다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코미디의 새 길 연 ‘개그맨 1호
2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영결식과 발인식이 엄수됐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졌으며, 고인을 향한 후배들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이어 서울 여의도 KBS에서 노제가 열렸다. 이곳은 그가 산파 역할을 했던 ‘개그콘서트’ 회의실이 자리한 공간이기도 하다. 고인의 유해는 전북 남원 인월면에 안장돼 영면한다.
빈소에는 김학래 코미디협회장을 비롯해 유재석, 최양락·팽현숙 부부, 이봉원, 심형래, 이경실, 이홍렬, 지석진 등 수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이 다녀가며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생전 사실혼 관계를 맺었던 가수 진미령도 근조화환을 보내 고인을 기렸다.’
전유성은 한국 코미디의 지형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희극인이라 불리던 시대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고, 그가 곧 ‘개그맨 1호’로 불리게 된 이유다.
1970~80년대 코미디 무대가 몸개그와 슬랩스틱 위주였다면, 그는 재치 있는 언변과 지적인 유머를 무대에 올리며 코미디의 다양성을 넓혔다. 1999년 출범한 KBS ‘개그콘서트’의 개국 공신이기도 한 그는 대학로 공연장에서 검증된 코너를 TV에 선보이는 시스템을 도입해 개그의 대중성을 끌어올렸다. 일종의 개그 인큐베이터로서 방송계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지역과 함께한 마지막 여정
2001년에는 ‘전유성의 코미디시장’을 창단해 후배 양성에 힘썼다.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전공 전임강사로 활동하며 김신영, 조세호 등 후배 코미디언을 키웠다. 김신영은 고인의 임종 직전까지 곁을 지켰고, 조세호는 평소 그를 ‘좋은 어른’으로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2007년 방송에서 은퇴한 뒤 전유성은 경북 청도로 내려갔다. 그는 2012년 ‘코미디철가방극장’을 개관해 2018년까지 4,400회에 달하는 공연을 이어갔고,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공연 문화를 지역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미디 창작 시스템을 세우고 수많은 후배를 길러낸 전유성은 후배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 기억된다. 그가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한국 코미디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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