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동 빅이벤트 국제사회 주목…실용외교 펼칠 공간 넓힐지 주목
양국 동시 압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북미대화 모멘텀 만들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로, 한국이 '호스트' 국가로서 외교력을 본격 시험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일찌감치 미국과 중국 정상의 만남이 예고되면서 세계가 주목할 올해 최대의 외교 빅이벤트로 급부상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질서, 안보 환경 전반에 심대한 파급력이 있어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선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다자 정상외교 첫발을 내디딘 데 이어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마음껏 펼쳐 볼 무대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엔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의제가 테이블에 오르는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끌어나갈 분야가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AI 기본사회', '모두를 위한 AI'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APEC 정상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 대통령의 '가교 국가' 전략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직접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한국이 양측을 잇는 가교로써 위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미중 정상이 이번 한국에서의 회동을 통해 '관세 전쟁', 반도체·희토류 등 상호 수출통제, 아태 지역에 잠재한 군사적 충돌 우려 등과 관련해 일정 수준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중국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특혜를 포기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흐름 속 한국에서의 논의를 통해 미중 갈등이 완화한다면 그 사이 한미·한중관계 관리에도 좀 더 숨통이 트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이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북핵 문제 역시 주요 변수다.
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하는 북미 대화 가능성이 지속해서 거론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 진전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제안한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최근 '비핵화 포기' 조건을 달긴 했지만 북미대화 의향을 드러내면서 북미 간 '깜짝 회동' 가능성은 작지만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대통령에게는 이번 정상회의가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을 사이에 놓고 미중 양측의 압박이 거세질 우려도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이미 "과거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각각 의존하는 상태)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정상회담 등 외교 과정에서는 다양한 과제가 놓일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의 경우 양국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대미 투자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
내년 APEC 정상회의 주최국인 중국도 한중 간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속에서 미국과 함께 할 것이지만,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남은 한 달간 정교한 외교 전략을 가다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리 외교적 자율성을 늘려나가야 한다"며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을 우리가 가진 만큼 이를 고리로 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지나치게 진영 구도로 갈리는 상황인데 안보, 기후환경, 전염병 예방 등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동북아 다자협력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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