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전국을 아우르는 산악 지형 가운데, ‘영남알프스’만큼 독보적인 이름값을 지닌 곳도 드물다. 경상남북도를 아우르며 1,000m급 고봉 여럿이 능선으로 이어진 이곳은, 전체 면적만 255㎢에 달하는 거대한 산악 관광지다. 그 중심에는 해발 1,241m의 가지산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사계절 각기 다른 풍경으로 산행객들의 발길을 끌어온 가지산. 그곳을 향한 여정이 한여름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된다.
이번 산행은 배우 이수련, 그리고 아마추어 산악자전거 선수 데릭 란(Derrick Lan)이 동행한다. 영상과 발걸음을 함께하며, 이들은 가지산이 품은 자연의 깊이를 하나씩 마주해간다.
산행의 들머리는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에 위치한 호박소. 맑은 물이 떨어져 소를 이루는 이곳은, 방앗간 절구인 호박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옥빛 소를 이루고, 시원한 물소리는 계곡을 가득 채운다.
쇠점골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짙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부는 바람은 고요한 웅장함과 함께 산객의 땀을 식혀준다. 산을 사랑했던 환경운동가 존 뮤어(John Muir)는 “산이 나를 부른다, 나는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문장을 따라, 일행은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다 문득 멈추면, 발 아래로 포개진 산그리메가 눈에 들어온다. 회색에서 짙은 남색으로 번져가는 능선의 실루엣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천년고찰 석남사가 숲 그늘 아래 자리하고 있다. 주변으로는 상수리나무, 물봉선 등 계절의 풀꽃이 오롯이 풍경을 채운다.
산길은 점차 가팔라지고, 나무 사이로 시야가 열리자 쌀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한 스님이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쌀로 끼니를 이어갔으나 욕심을 내자 그 기적이 멈췄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그 이후 이 바위는 ‘쌀바위’라 불리게 되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이야기에 발길을 멈춘다.
해발 1,167m에 위치한 중봉에 이르자, 사방으로 뻗은 능선들이 장대한 산세를 그려낸다. 숲이 드문드문 트이며, 시야는 한층 더 확장된다. 바위가 층층이 놓인 너덜길을 지나 다시 고도를 높이면, 마침내 가지산 정상석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이자, 남한에서 10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정상에서는 간월산, 신불산 등 인접한 고봉들이 희미한 윤곽으로 펼쳐지며, 그 너머로 끝없이 겹쳐진 산줄기가 시야를 압도한다. 바람은 거세지만 차갑지 않고, 오히려 오름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이 온몸을 감싼다.
하산길, 일행은 다시 석남사를 지난다. 천년 세월을 견뎌낸 고찰은 여전히 고요하고, 경내에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는 여정의 마지막을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가지산에서 마주한 풍경은 단지 절경 그 이상의 무엇이다. 자연이 건네는 위로이자, 삶에 대한 통찰이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다. 영상앨범 산을 통해 소개된 가지산은, 누구나 한 번쯤 떠나보고 싶은 산,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 싶은 산으로 남는다. 여름이 남긴 선물 같은 장면은 이제 마음속 풍경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은 오는 28일 오전 6시 55분 KBS2 '영상앨범 산'에서 확인 가능하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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