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역사 녹인 K게임, 세계 홀린다···펄어비스·네오위즈 “전통은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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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역사 녹인 K게임, 세계 홀린다···펄어비스·네오위즈 “전통은 자신감”

이뉴스투데이 2025-09-26 15:12:54 신고

국내 게임업계가 전통문화와 역사적 상징을 소재로 한 신작들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코파일럿] 
국내 게임업계가 전통문화와 역사적 상징을 소재로 한 신작들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코파일럿] 

[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적 상징을 소재로 한 신작들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등 기존 한류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친화력을 게임에 접목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게임' 등의 메가히트 등으로 K콘텐츠가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의 미학과 서사, 문화에 익숙한 글로벌 팬층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2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 ‘검은사막’의 ‘아침의 나라’ 콘텐츠,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이브이알스튜디오의 ‘무당: 두 개의 심장’, 길드스튜디오 ‘남모’ 등 조선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도깨비’, 위메이드맥스는 ‘탈: 디 아케인 랜드’ 등을 개발 중이다.

먼저 펄어비스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콘텐츠는 조선시대 한양의 생생한 모습을 게임으로 구현하고 전통 설화를 각색해 게임에 담아냈다. 구미호, 불가살이, 처용 등 설화 속 인물과 전설의 괴물들이 보스 캐릭터로 등장하며 장화홍련전의 귀신 자매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구현됐다. 한국만의 역사적 시공간과 소재를 게임에 녹여냈기 때문에 고유의 정체성이 글로벌 이용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네오위즈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징물을 게임에 적용했다. ‘P의 거짓’에는 역사적 인물 이순신이 사용했던 무기로 추정되는 쌍룡검이 등장한다. 다운로드 콘텐츠(DLC)에는 태조 이성계의 활 어궁구가 등장한다. 2023년 출시된 ‘산나비’는 SF 요소와 조선시대 콘셉트를 결합한 독특한 게임으로 전반적으로 현실의 대한민국과는 상당히 다르게 역사가 흘러간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정부를 ‘조정’이라고 칭하고 서울을 한양으로 부른다. 구군복 전립에서 모티브를 얻은 군모를 쓰고 다니는 주인공, 아래아나 합용 병서가 여전히 쓰이는 한글 표기법 등 실제 조선 시대의 풍습이 여전히 계승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신분증에도 출생연도가 아라비아 숫자와 서력기원이 아닌 한자와 육십갑자로 표기된다.

중소 개발사들도 전통 소재를 게임에 담고 있다. 이브이알스튜디오의 ‘무당: 두 개의 심장’은 분단된 한반도의 긴장감을 게임 플레이에 녹여냈다.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엑스박스 로고 게임 쇼케이스 2025에서 기대작 부문에 선정됐다. 길드스튜디오의 ‘남모’는 신라시대 화랑제도를 모티프로 삼은 다크 판타지 액션게임이다. 기존 게임들이 조선시대를 주로 배경으로 사용했는데 삼국시대라는 참신한 소재를 배경으로 삼았다.

전통 소재를 사용한 게임들도 개발되고 있다. 넥슨은 최근 자회사인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공개했다.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재해석해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다. 조선시대 배경에 한복, 갓, 전통 무기 등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이를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 형태를 준비 중이라 설명했다.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도깨비’는 현대 한국 사회와 도깨비를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한국의 골목길 풍경을 세밀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지스타에서 공개 당시부터 신선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했다.

위메이드맥스 역시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작 ‘탈: 디 아케인 랜드’를 2027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탈(가면)’이라는 한국 전통 상징과 판타지 요소가 어우러진 오픈월드 액션 RPG로,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고품질 실사풍 그래픽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정체불명의 귀물로 뒤덮인 세계에서 주인공과 동료들이 펼치는 모험을 그려냈다.

국내 게임업계가 전통문화와 역사적 상징을 사용하는 이유는 차별성 때문이다. 서양의 문화와 일본식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주류인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전통문화는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서 가치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까지 전세계적으로 유행이 되는 상황에서 게임 산업에서도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녹아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한국적 문화에 익숙한 팬층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 별다른 장벽 없이 이들에게 스며들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전통적 소재 활용만을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팬층이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재미와 보편적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게임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이뤘던 중세 유럽풍 판타지 배경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조선시대나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확산된 K팝과 드라마에 힘입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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