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외 K팝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BTS(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이름과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한 이른바 '짝퉁 굿즈'가 대거 적발됐다. 특히 단순 소매상이 아니라 위조 상품을 대량으로 공급해온 대형 유통업체까지 덜미를 잡으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이하 상표경찰)은 지난 4월 서울 남대문 인근 건물에서 대규모 위조 K팝 굿즈를 보관하고 유통하던 A업체를 적발했다. 이번에 압수된 위조 물품은 총 1만9,356점에 달하며, 포토카드, 키링, 모자, 양말, 의류, 볼펜, 거울, 텀블러,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30가지가 넘는다. 이들 중 대부분은 BTS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상표가 무단 사용된 제품이다.
상표경찰은 A업체 대표 B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번 단속은 지난해 5월 명동에서 위조 굿즈 매장이 적발된 후, 조사 과정에서 공급책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뤄졌다.
적발된 A업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일대 소매점 여러 곳에 불법 굿즈를 대량으로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표경찰에 따르면, 이 업체는 K팝 팬덤의 충성도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정품 감별력'이 떨어지는 점을 노려 정교하게 위조된 상품들을 시장에 풀었다. 실제로 일부 제품은 정품과 외관상 큰 차이가 없어 팬들이 쉽게 속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BTS, 세븐틴, 르세라핌, 엔하이픈 등 하이브 소속 인기 그룹의 굿즈는 국내 팬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유럽, 미주권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보니, 명동 일대는 '위조 굿즈의 메카'로 불리며 수년간 불법 유통의 중심지로 지목돼 왔다.
하이브는 자사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국내 기획사 중 가장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국내 1만3,691건, 해외에서는 27만8,568건에 달하는 위조 상품을 적발했으며, SNS에서 불법 유포된 유료 콘텐츠 게시물 1만770건, 불법 앱 94건도 적발해 조치를 취했다.
오프라인 대응도 적극적이었다.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관세청 세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정품-가품 구분 교육'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2023년에는 3,462점의 불법 굿즈를 오프라인에서 압수했는데, 이는 2022년 498건 대비 595% 넘게 증가한 수치다. 하이브의 단속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IP 침해는 단순히 경제적 피해에서 끝나지 않고,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와 팬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특허청 상표경찰 등 수사기관과 협력해 위조 상품 근절과 인식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위조 굿즈 유통이 단순한 상표법 위반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K팝 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식 굿즈를 구매해 아티스트를 응원하려는 팬들의 선의가 악용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불법 위조 상품이 유통되면 정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뿐더러, 해외 팬들에게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IP 침해에 대한 처벌을 더 실질적이고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상표법 위반에 대한 형사 처벌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 반복적으로 위조 상품을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처벌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적발된 업체 대표 대부분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되고, 일정 금액의 벌금형만 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은 단지 일부 상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팬덤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K팝 산업의 '그늘'이자 그 안에서 번지는 불법 상술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가 정품 사용의 중요성, 그리고 IP 보호에 대한 인식을 함께 갖고, 단속과 교육, 법적 처벌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응을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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