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 박찬욱 감독 "15년 걸린 '어쩔수가없다'…3명 살인, 어디까지 긍정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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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 박찬욱 감독 "15년 걸린 '어쩔수가없다'…3명 살인, 어디까지 긍정할 수 있나"

뉴스컬처 2025-09-24 19:51:58 신고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중산층 사람들끼리 싸우고, 죽고 죽입니다. 어떤 면에선 더 처절합니다. 서글픈 일이죠."

'거장'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특유의 미장센과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블랙코미디가 인상적인 작품 '어쩔수가없다'다.

특히 출연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연기 열연을 펼치는 이병헌을 필두로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 그리고 감히 '연기'를 논할 수 없는 배우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이 '거장'의 새 영화에 묵직한 힘을 더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어쩔수가없다'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지난 17일 국내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후 여러 언론 매체에서 리뷰가 쏟아졌고, 개봉 전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좋지 않은 리뷰나 댓글에 상처받기 싫어서 안 보고 있다. 성의껏 잘 쓴 리뷰를 못 읽고 있어서 죄송하다"라며 "하지만 주위에서 '잘 쓴 글이다'라며 보내 주기도 한다. 아주 안 읽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어쩔수가없다'. 사진=CJ ENM
'어쩔수가없다'. 사진=CJ ENM

박 감독은 제목 '어쩔수가없다'를 띄어쓰기 없이 표기하는 것에 대해 "감탄사마냥 한 단어처럼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 버릇처럼 남발하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수'가 '어쩔수가없다'라며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되뇐다. 그런 노력을 할수록 관객은 '과연 저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사실 '만수'의 행동이 자신에게 최면 걸듯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관객이 만수의 행동과 심정을 어디까지 긍정할 수 있는가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병헌도 걱정하더라. 과연 그 일을 위해 3명이나 죽이는 것을 관객이 이해해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 해도 그럴 수는 없다"라며 "솔직히 '살인' 동기는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병헌이 연기하는 순간 그 호소력에 관객이 끌려 들어가고, 어느 순간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한다.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면 '뭐 하는 짓이지' 싶을 것이고 더 도덕적으로 타락하지 않길 바랄 것이다. 관객이 응원하다 비판하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하게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무려 15년 전부터 이 영화를 준비했다. 2009년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엑스' 판권을 사기 전, 각색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무슨 자신감인지 판권 확보 전에 각색에 손을 댔다. 초고를 쓴 이경미 감독 메모를 보니, 2009년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2010년에 판권을 샀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박 감독은 "처음에는 영어로 된, 해외 제작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여러 차례 기획을 바꾼 끝에 결국 한국화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원작에 없는 구범모(이성민) 아내 아라(염혜란)의 외도, AI 경쟁 등을 새롭게 넣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박 감독은 15년 만에 '어쩔수가없다'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결국 이병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이병헌과 '작품 한 번 같이 해야지'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하지만 극 중 아라의 대사처럼 이병헌이 너무 '팽팽'했다. '빨리 나이 들라'는 말을 농담처럼 많이 했는데도 안 늙더라"라며 "이 영화를 더 빨리 만들었다면 이병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부터 '아가씨' 김태리-김민희, '헤어진 결심' 탕웨이까지, 박 감독 영화에서는 유독 여배우가 빛났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이 극을 이끌지만 손예진과 염혜란이 임팩트 있는 조연으로, 박 감독 영화의 여배우 계보를 잇는다.

박 감독은 "염혜란을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처음 봤다. 당시 '마스크걸'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라며 "감독들 사이에서 '연기 잘한다'는 소문이 돌 때였다. 심지어 저는 '마스크걸'을 못 본 상태였다. 너무 섹시하고 멋있더라. 스피치와 유머도 뛰어났다. 그 자리에서 반해버리고 말았다. '아라' 역을 누군가한테 보낼까 고민하던 찰나에 염혜란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예진은 '클래식' '비밀은 없다' 등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섬세한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박 감독은 "손예진이 '비중이 작더라도 주변에서 영화 보고 '너 그거 왜 했어'라는 소리를 안 듣게 해달라더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각본을 많이 고쳤다. 대사 한 줄이라도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리딩하고, 촬영하는 동안에도 내내 문자를 주고받았다. '좋아요' 라는 말 나올 때까지 편집에 공을 들였다. 예진 씨 말 한마디가 무서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사진=CJ ENM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사진=CJ ENM

앞서 베니스·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어쩔수가없다'를 접한 외신들이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과 비교했다. 이에 박 감독은"'기생충'이 계급 간 전쟁이라면 '어쩔수가없다'는 중산층 사람들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쩔수가없다'는 와이프보다 자신의 처지를 더 이해하는 같은 업종 남자들끼리 죽고 죽이고 싸워야 하는 서글픈 이야기다. 중산층인데도 '전락'을 피하겠다는 속물적인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그들은 불쌍하기보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저는 역설적인 것과 '헛수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만수가 가족을 지킨다고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가족이 파괴되지 않나. 그것이 '헛수고'다. 또 그렇게 어렵게 자리를 차지했는데 AI에게 밀린다. 그것 또한 '헛수고' 아닌가"라며 웃었다. 

그동안 박 감독이 선보인 작품에서는 잔혹한 살해 장면, 과감한 성적 묘사 등이 자주 등장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전작에 비교하면 순한 편이다. 대중성을 고려한 것일까.

박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이 나오겠다 싶어도 피하지 않았다"라며 "이번에도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일부러 줄이지 않았다"고 했다.

'어쩔수가없다'는 24일 개봉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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