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어쩌면 해피엔딩'이 건네는 존재와 관계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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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어쩌면 해피엔딩'이 건네는 존재와 관계에 대한 성찰

뉴스컬처 2025-09-24 15:1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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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기계가 인간을 닮기 시작했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며, 이별을 아파하는 존재.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속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그렇게 스크린을 넘어,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반사하는 거울이 된다.

대학로 뮤지컬을 재해석해 새롭게 탄생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단지 따뜻한 로맨스를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사랑을 처음 배우는 두 로봇의 여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든다.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키노필름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키노필름

영화의 배경은 헬퍼봇 생산이 중단된 근미래다. 인간에게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로봇들은 기능을 잃고 버려진다. ‘올리버’와 ‘클레어’도 그렇게 세상에 남겨진 존재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외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관계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너무도 인간적이다.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다는 감각, 관계의 상실, 그리고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이 로봇들의 감정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겪는 고립과 무관심, 연결에 대한 갈망을 떠올리게 한다.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그러한 현실에 조용히 반문한다.

"오류 발생,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이 대사는 로봇이 감정을 갖는다는 설정을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프로그램에 없는 감정을 배우는 순간, 로봇은 혼란에 빠지지만 동시에 존재의 이유를 다시 정의하게 된다. 이는 인간에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언제, 무엇을 통해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는가.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사랑, 감정, 관계처럼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은 종종 사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영화는 그 ‘비효율적인 것들’이야말로 삶을 구성하는 본질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키노필름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키노필름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감성 코드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헬퍼봇이라는 설정은 단지 SF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소외와 배제를 상징하는 메타포로 읽힌다. 돌봄 노동, 인간을 대신하는 감정 노동자, 그리고 필요가 다한 순간 ‘버려지는 존재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기능이 끝난’ 존재로 취급하며 외면하고 있는가. 영화 속 '올리버'와 '클레어'는 그렇게 사회적 약자의 얼굴을 하고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를 통해 감정을 배워가는 여정은, 소외된 존재들끼리의 연대가 얼마나 강력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AI, 로봇, 자동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의 역할은 계속 줄어들고, 기계는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그런데 정작 인간은 점점 감정을 감추고, 타인과의 관계를 회피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러한 시대의 역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감정을 배우는 로봇 앞에서, 감정을 잊고 사는 인간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결국 영화는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 당신은 여전히 살아 있는가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관계를 잃어버린 시대, 사랑의 언어를 다시 배우려는 두 존재의 서사는 이 시대의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자화상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누군가를 놓아주는 일. 그 모든 순간이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올 가을, 사랑의 감각을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 진짜 오류는, 심장이 멈춘 사회가 아닐까.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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