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진입을 노리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데다 영국 재정 불안과 한미 통상 협상 지연 등이 겹치면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자금 조달 방식이 환율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원 내린 139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초반 환율은 1398.5원으로 출발하며 지난 5월 15일(1410.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장중 1390~1399원 사이에서 등락을 보였다. 불과 일주일 전인 16일 종가가 1378.9원으로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며칠 만에 원화가 급격히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환율 반등의 배경에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신중론이 자리한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확산됐다.
JP모건은 현재 4~4.25%인 기준금리 수준에서 추가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물가 안정에는 불리하다고 지적하며 '시기상조'론을 폈다. 고재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연준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과소평가했던 전례가 있어 완화 속도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영국 재정 악화가 글로벌 달러 강세를 키우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4월부터 8월까지 누적 재정적자는 838억 파운드로,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이자 당초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다.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며 달러화로의 쏠림이 가속화됐다.
한미 통상 협상 교착도 부담이다. 관세 등 무역 정책 여파로 올해만 원·달러 환율이 약 65원 상승했는데,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원화 약세는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이 주요 원인"이라며 "관세 합의 지연과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추가적인 환율 상승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향후 환율 향방은 대미 투자펀드 실행 방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에 합의했는데, 만약 미국이 원하는 직접투자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연간 1000억~1200억 달러의 신규 달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오 연구원은 "국내 자금 100억 달러 유출 시 환율이 약 10원 오르는 상관관계가 나타나므로, 현안이 그대로 합의된다면 연간 100원가량의 환율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당국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신성환 위원은 "투자펀드 실행 시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을 우려가 크다"며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둔 원·달러 환율은 미 통화정책의 속도, 영국 재정 리스크, 통상 협상 변수 등 대외 여건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미 투자펀드의 자금 조달 방식은 앞으로 환율의 장기 추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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