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예술과 인간 본질의 경계에서...연극 ‘아마데우스’가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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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N] 예술과 인간 본질의 경계에서...연극 ‘아마데우스’가 묻는 것

뉴스컬처 2025-09-22 09:49: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8세기 오스트리아 빈. 유럽 음악사의 중심이었던 이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극 '아마데우스'는 예술적 천재성과 인간적 나약함이라는 양극단의 감정이 교차하는 이야기다. 실존 인물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관계를 재구성한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보다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데 집중하며, 고전 서사의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다.

지난 16일 개막해 오는 11월 2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아마데우스는 연극, 오페라,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 구성으로 무대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그 시대적 조건을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극 '아마데우스'. 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연극 '아마데우스'. 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작품은 ‘신이 선택한 자’로 비유되는 모차르트와, 노력으로 정상에 오른 살리에리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통해 예술적 재능과 인간적 한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신에 대한 신앙, 사회적 인정,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복합적으로 얽힌 살리에리의 고백은 단지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 이상의 철학적 무게를 지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서사가 18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적인 갈등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있다. ‘노력보다 재능이 우위에 있는가’, ‘예술은 누구에게 부여되는가’, ‘예술가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동시대의 창작자들, 더 나아가 경쟁과 비교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마데우스'는 단지 예술가 간의 개인적 갈등만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다. 연극은 당시 궁정 중심의 문화 제도와 예술의 정치화된 구조를 배경으로, 권력에 종속된 예술가의 위치를 드러낸다. 살리에리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궁정 작곡가였고, 모차르트는 자유로운 창작을 추구했지만 시스템에 의해 점차 소외되어 간다.

이는 오늘날 예술이 자본과 제도, 미디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는지를 반추하게 만든다. 그 점에서 아마데우스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닌, 권력과 예술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사회적 텍스트로 기능한다. 이는 고전 서사를 오늘날 무대에서 소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데우스'는 이러한 서사적 깊이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제작 완성도를 보인다. 무대미술은 시대적 배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감정 곡선을 따라 변화하는 조명과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아리아와 성악을 직접 무대 위에 구현한 오페라적 요소는 연극의 감정 밀도를 높이며, 클래식 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드라마의 정서적 추동력으로 작용하도록 만든다.

살리에리 역의 박호산, 권율, 김재욱, 문유강은 각기 다른 연기결로 인물의 모순된 심리를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모차르트 역의 김준영, 최정우, 연준석은 천재성과 나약함이 공존하는 모차르트를 역설적 매력으로 체현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연극의 문학성과 심리극적 특성을 한층 강화시킨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고전을 재현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전 속 인물을 통해 예술의 조건과 인간 본성, 그리고 제도적 권력의 복잡한 관계를 현재와 연결 지으며, 살아 있는 질문으로 만든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통해 위대해지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이 무대 위에서 반복적으로 되새겨지는 이유다.

작품은 단지 눈부신 재능과 비극적 결말을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시대의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질문은,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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