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클래식은 K-클래식으로 일컬어지며 최근 국제콩쿠르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가 한국이다.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보고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적으로 총 58회의 콩쿠르가 열렸고 79개의 1등 상 중 한국 국적 수상자가 17%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 이탈리아, 러시아, 미국(각각 9%)을 제치고 단연 가장 높은 비중이며 1·2·3등을 포함한 상위 입상자를 합산해도 한국이 14%로 중국(12%)과 러시아(8%)를 앞선다.
국제콩쿠르의 한국 수상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입상할까. 부모님의 뜨거운 조기교육열에 힘입어 어린 나이부터 꾸준히 힘든 연습을 하고 국내 콩쿠르에서 다수의 입상 경력을 쌓는다. 어린 나이에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할 정도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음악 영재는 동기 부여가 잘돼 있어 연습을 힘들어 하지 않을까.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는 베를린음악학교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린 독주자가 될 ‘최우수학생집단’과 그다음 집단인 ‘우수’, ‘양호’ 집단으로 나눠 연구했다. 놀랍게도 세 집단 모두 연습을 힘들어 했으며 동기 부여나 선천적 재능의 차이는 없었다. 오로지 차이는 혼자 하는 연습 시간뿐이었다. 최우수학생집단은 18세까지 평균적으로 7천400시간, 20세까지 1만시간의 연습을 했다. 시간을 단축해주는 지름길도 없었고 적은 연습량으로 전문가 수준에도 달한 ‘천재’도 없었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들은 20세까지 1만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연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콩쿠르에 우승하면 세계적인 연주자로서의 삶은 보장될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저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소설가를 “링에 올라오는 것은 쉬워도 오래 버티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하며 직업소설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자격’이 요구된다고 했다. 젊은 음악가가 국제콩쿠르라는 링에 올라서는 것은 소설가보다 훨씬 어렵지만 일단 링에 올라가면 소설가보다 버티기는 좀 더 수월해 보인다. 하지만 20, 30년전 콩쿠르에 등용된 수많은 음악가 중 세계적인 연주자로 활동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음악가에게도 버티는 데는 어떤 종류의 ‘자격’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필자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의 저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역량을 자원(Resources), 프로세스(Process), 우선순위(Priorities)로 나눴다. 음악가에게 자원은 재능, 선생님에게 배운 지식, 콩쿠르 우승 경력 등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프로세스란 어떻게 생각하고, 과거에 배운 음악을 토대로 새로운 해석을 더하며, 다른 연주자들과 교류하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예종 총장을 지낸 김대진 교수가 가리즈피아노콩쿠르 심사를 회고한 영상이 있다. 4명의 한국 연주자와 4명의 유럽 연주자가 연이어 나왔는데 한국 연주자들은 연주 능력은 탁월했으나 같은 복장을 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연주한 반면 유럽 연주자들은 서로 다른 복장을 하고 개성 있는 연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한국 연주자들이 배운 그대로의 ‘모범답안’ 수준의 연주를 개성 없이 한 셈이다. 배운것에 더해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삶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결정을 내리는 우선순위도 필요하다. 어떤 연주자에게는 음악의 완성도나 연주 자체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연주자에게는 관객의 환호와 호응, 혹은 연주료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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