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폭군의 셰프'가 본격적인 서사 전환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금까지 전개되던 요리 경합 중심의 플롯이 마무리되고, 주요 인물 간 감정선과 정치적 음모가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드라마는 정서적 밀도와 서사적 긴장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폭군의 셰프' 9회에서 연지영(임윤아)은 명나라와의 마지막 경합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령숙수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다졌다. 승부의 끝에 찾아온 짧은 휴식은 감정의 전환을 예고하는 순간으로 이어졌다. 이헌(이채민)이 준비한 차 한 잔 앞에서 두 인물은 조용히 감정을 나눴고, 이 장면은 연지영과 이헌의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지점에 도달했음을 암시했다. 대사는 간결했지만, 감정은 단단하게 축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평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연지영이 만든 요리를 먹은 진명대군이 갑작스레 쓰러지면서 급격히 긴장 상태로 돌입했다. 연지영은 곧바로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자현대비(신은정)는 직접 고문을 지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어린 왕족이 피해자가 된 상황에서, 혐의의 중심에 선 인물은 변명의 여지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번 회차는 '음식'이라는 소재가 단순한 기술이나 창의성의 영역에서 벗어나, 정치적 도구이자 함정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연지영의 요리는 공존과 화합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그것은 위협과 제거의 명분이 된다. 드라마는 이 지점에서 요리와 권력, 감정과 생존을 교차시키며 장르적 무게를 재조정했다.
이헌은 이러한 진실을 모른 채 장원서에서 연지영을 기다렸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준비한 이헌은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시청자에게는 정보의 비대칭과 서사적 아이러니를 강하게 인식시키는 장면이었다. 드라마는 두 인물 사이의 감정이 가까워진 만큼, 상황 인식의 간극 또한 커지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임윤아는 9회를 통해 연지영이라는 인물의 위기 대응을 차분하게 그려냈다. 위협에 처한 순간에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인물의 중심을 지키는 연기가 돋보였다. 이채민 역시 감정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기로 이헌의 입체성을 보완했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감정과 권력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캐릭터로서의 무게를 유지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9회는 '폭군의 셰프'가 요리 경합을 중심으로 한 1막을 정리하고, 보다 복합적인 정치 서사와 인물 간 감정의 충돌로 진입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회차였다. '폭군의 셰프' 는 이제 요리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서, 권력 구조와 인물의 선택이라는 보다 넓은 서사적 지형을 탐색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tvN '폭군의 셰프' 10회는 21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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