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희미(위지원)는 아버지 사망을 무연고자로 처리하고 돌아와 일을 그만둔다. 그날,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남자가 사무소에 찾아온다. 아내를 사고 낸 남자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니 알고 싶다고 의뢰한다. 호기심을 느낀 희미는 그 일을 떠맡는다. 지독한 우울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 영문(고경표)은 희미로부터 찾고자 하는 남자의 거취를 전달받는다. 영문이 찾던 남자(류경수)도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펜션에서 탐정 일을 했었다는 희미를 만나고, 희미에게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의뢰를 한다...
▶ 비포스크리닝
영화 '미로(MAZE)'는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섹션에 초청된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배우 고경표가 주연뿐 아니라 기획, 제작, 편집 등 창작 전 과정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동료 배우 강태우 또한 공동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되었다. 연출을 맡은 신선 감독은 '모퉁이'(2021)로 장편 데뷔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 초청과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 수상 경력을 지녔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2), '밤에 해변에서 혼자'(2016) 등에 단역 및 제작부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출연진에는 고경표 외에도 위지원, 류경수, 김승윤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애프터스크리닝
굉장히 잔잔한 영화다. 시작부터 어둡고 조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만약 당신이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면 당장 2배속으로 돌리고 싶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무드는 캐릭터들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울증 때문에,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웃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는 남자의 모습은 '이게 뭐지?' 싶게 서스펜스로 작용한다.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그 사건은 의외로 쉽고 무난하게 진행된다. 영화의 중반 무렵에 이미 남자가 찾는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드러나는데, 신기하게도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제서야 시작된다.
남자가 찾고자 했던 사람과 무슨 관계인지, 그가 찾아낸 남자는 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두 남자의 비극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두 남자가 얽힌 관계와 각자의 삶, 그리고 그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원인이 후반부에서 진득하고 묵직하게 풀어진다.
후반부 고경표의 대사 중 "약점을 쥐고 있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대사의 의미가 뭔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고경표의 우울한 연기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크게 이상할 것 없는데, 류경수가 엄청 잘생겨 보이는 건 신기하다.
영화는 탐정과 의뢰인,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인물들의 사연을 따라가며 인간 내면의 상처와 관계의 모순을 조명한다. 단순한 미스터리 서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거울로, 고통과 결핍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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