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만남의 집', 차가운 현실 속 서서히 번지는 따뜻한 연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N포커스] '만남의 집', 차가운 현실 속 서서히 번지는 따뜻한 연대

뉴스컬처 2025-09-20 00:00: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어떤 만남은 우연처럼 찾아와, 삶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어떤 연대는 너무도 조용하게, 아주 천천히 시작된다.

10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만남의 집'은 세 명의 여성 '교도관, 수용자, 수용자의 딸' 사이에서 피어나는 느리지만 깊은 온기를 담아낸 휴먼 드라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차갑고 각박하지만, 그 안에서 작고 조용한 ‘오지랖’이 뜻밖의 온기를 만들고, 그것이 결국 서로의 삶을 바꾸기 시작한다.

영화 '만남의 집' 스틸컷.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만남의 집' 스틸컷.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

주인공 '태저(송지효)'는 15년 차 여성 교도관이다. 규칙에 철저하고, 감정은 제어된 채로 묵묵히 일상을 버틴다. 수용자의 사적인 사정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녀가, 어느 날 예외를 만든다. 교도소 수용자 ‘미영(옥지영)’의 모친상.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미영의 딸 ‘준영(도영서)’과의 짧은 인연.

준영은 8년째 여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중학생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눈치 보는 법을 먼저 배운 아이. 그런 그녀에게 처음 손을 내민 어른이, 다름 아닌 교도관 태저다. 그리고 그 ‘오지랖’은 그녀의 삶에 처음으로 햇살처럼 스며든다.

영화 '만남의 집' 스틸컷.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만남의 집' 스틸컷.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

감독 차정윤은 단편 '나가요: ながよ'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장편 데뷔작 '만남의 집'에서도 그녀는 여성 중심의 세계, 특히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돌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여기엔 극적인 사건이나 격렬한 갈등 대신, 정적과 여백이 존재한다. 서로를 향한 미묘한 시선, 말없이 건네는 물 한 잔, 동행의 제안. 일상의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 같은 장면들이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기대기 시작한다.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지효는 이번 작품에서 이전과는 결이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절제 속에 인물의 내면을 담아내는 방식. '단 한 번의 예외'를 허용한 태저는 자신도 모르게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관객에게도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도영서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극 전체를 감싸는 감정의 중심축으로 우뚝 선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에 담긴 외로움은 대사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옥지영은 8년간 수감 중인 ‘미영’으로, 말보다 눈빛으로 감정을 전하는 배우다. 특히, 벽에 기대어 선 모습 하나로 관객에게 복잡한 죄책감과 모성애를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영화 '만남의 집' 포스터.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만남의 집' 포스터.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

'만남의 집'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서로의 삶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것은 단순히 가족, 친구, 동료라는 이름 이상의 질문이다. ‘무관심’이 기본인 시대에,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것’은 때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영화는 그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감옥이라는 닫힌 공간은, 어쩌면 지금 우리의 현실을 상징한다. 무표정한 얼굴들, 벽에 갇힌 마음들, 반복되는 하루. 그 안에서 태저, 준영, 미영이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은, 곧 우리에게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다.

'만남의 집'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격하지 않고, 선을 넘지 않으며, 단단하게 감정을 축적해나간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쓸쓸한 가을, 잠시 멈춰 서서 누군가의 마음에 온기를 전해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그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